오사마 빈라덴 “소도시 공격하라… 수천명 죽여야 美 정책 바뀐다”

오사마 빈라덴 “소도시 공격하라… 수천명 죽여야 美 정책 바뀐다”

입력 2011-05-13 00:00
수정 2011-05-13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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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라덴 ‘테러 일기장’ 분석

‘미국의 중소도시를 공격하라. 한번의 테러로 수천명 이상을 죽여야 미군이 아랍권에서 철군할 것이다.’

오사마 빈라덴의 일기와 방대한 정보를 통해 빈라덴의 테러 계획 등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메모광’으로 알려진 빈라덴의 일기장은 미국인을 겨냥한 테러 구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은신처서 2억 2000만쪽 문서 입수

미 정부 관계자는 11일(현지시간) “빈라덴의 은신처인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에서 그가 직접 손으로 쓴 일기장을 발견해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고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일기장은 지난 2일 미 특공대가 은신처 습격작전 중 압수한 자료의 일부로 10~20쪽 분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일기장을 포함해 모두 2.7테라바이트, 종이로는 2억 2000만쪽 분량에 달하는 문서를 입수해 한창 분석 작업을 하고 있다.

빈라덴은 일기장에 효과적인 테러 방법과 목표 등을 구체적으로 적었다. 미국 본토에서 테러할 때 뉴욕만 표적으로 삼지 말고 서부의 로스앤젤레스나 이보다 작은 도시들을 겨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행기뿐 아니라 열차도 공격하라며 목표를 다양화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빈라덴은 특히 얼마나 많은 미국인을 죽여야 아랍권 내 미군 철군 등 자신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치밀하게 계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9·11테러처럼 수천명의 인명을 살상해야 미국의 정책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고 기록했다. 미국 안의 반정부 세력을 활용해 워싱턴 정가의 반목을 심화시키려는 계획도 구상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특히 빈라덴이 조직원들에게 “미국에서 억압받는 비(非) 이슬람교도들을 찾으라.”고 지시하면서 9·11테러 10주년에 맞춰 흑인이나 라틴계 채용을 계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신문은 하지만 빈라덴이 미국 공격에 지나치게 집착해 알카에다 조직원들과 마찰을 빚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9·11 10 주년’ 흑인·라틴계 채용계획도

일기장에서는 빈라덴이 최근까지도 알카에다의 실질적인 지도자로 활동한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지난해 말 유럽을 정조준한 대규모 테러 음모 등은 빈라덴이 직접 지시한 것임을 보여 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가장 강력한 예멘과 아라비아반도의 알카에다에 지시하고, 미국 정보기관의 추적망을 피하기 위해 USB를 연락책을 통해 전달하는 등 보안에 철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 정부 관계자는 “일기를 보니 빈라덴이 2006년 아보타바드로 옮겨온 뒤 가끔 마당을 산책했을 뿐 꼼짝하지 않고 지냈다.”면서 “마치 은신처에 갇혀 있는 죄수 같았다.”고 말했다.

일기장의 존재가 확인되자 미국의 일부 네티즌은 풍자글을 통해 또 한번 ‘공적’ 빈라덴을 조롱했다. 미 블로거인 잭 헬무스는 블로그에 올린 패러디글에서 성기능 장애로 고생하던 빈라덴이 부하에게 비아그라를 사오라고 시켰고 조지 부시 퇴임식 때는 ‘부시가 그리워질 것’이라는 글을 일기장에 적었다고 비꼬았다.

한편 알카에다의 추가 보복 우려가 높은 가운데 뉴욕경찰은 11일 밤 뉴욕시의 유대교회 두 곳에 대한 테러를 모의한 혐의로 남성 2명을 체포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북아프리카 출신 이슬람교도로 보이는 용의자들은 총과 수류탄을 구입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2011-05-1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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