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당나귀의 ‘미국 이주’ 사연

이라크 당나귀의 ‘미국 이주’ 사연

입력 2011-05-16 00:00
수정 2011-05-16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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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를 떠나 11만km라는 기나긴 여정을 거쳐 미국에 정착하게 된 당나귀의 사연이 화제다.

지난달 5일 이라크를 떠나 터키와 독일을 거쳐, 37일 만인 14일 미국 뉴욕에 도착한 이 당나귀의 이름은 스모크(Smoke).

스모크는 지난 2008년 여름 미국과 인연을 맺었다. 스모크는 이라크 팔루자 서부에 있는 미군 타갓둠 캠프 주위를 배회하다가 주둔 중이던 미국 해병대 병사들과 친해졌다.

이 당나귀는 피부색이 어두운 색(smoky color)인데다가, 한 병사의 담배를 덥석 빼앗아 먹어치운 적이 있어서 군인들은 스모크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스모크는 부대에서 먹을 것과 카드를 지급받는 등 곧 어엿한 부대의 일원으로 인정받았다.

스모키를 돌보던 해병대는 지역 부족장에게 당나귀를 맡긴 채 2009년 떠났지만 함께 근무하던 존 폴섬 대령은 매일 산책하며 친구처럼 지냈던 스모크를 잊을 수 없었다.

전역 후 군인 가족 후원단체를 설립했던 폴섬은 홀로 남은 스모크를 미국으로 데려오기 위한 ‘당나귀 수송작전’에 착수했다.

하지만 스모크를 데려오는 일은 쉽지 않았다. 복잡한 절차가 발목을 잡았다. 스모크는 혈액검사와 검역은 물론 세관 통과를 위해 미국 농무부와 항공청에서 갖가지 서류를 받아야 했다.

복잡한 관료주의적 절차에 지친 폴섬은 이라크의 개와 고양이를 미국에 수송한 경험이 있는 국제동물학대방지협회(SPCA)에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들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였다. 아담한 크기의 개나 고양이와는 달리 당나귀는 민간 항공기가 아닌 화물용 수송기를 이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우여곡절도 많았다. SPCA의 테리 크리스프는 “사람들이 당나귀를 반려동물이 아닌 노동을 위한 하찮은 존재로 보았기 때문에 우리가 당나귀를 돕고 있다는 사실을 믿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닌게 아니라 스모크가 터키로 입국할 때는 일주일이 지연됐고, 터키에서 빠져나오기까지는 3주가 더 걸렸다.

비용도 문제였다. SPCA는 최대 4만달러(한화 4천4백만원)에 이르는 수송비가 든 것으로 추산했다.

터키를 떠나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가는 항공료 1만8천890달러를 비롯해 비행기 삯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다. 혈액 표본을 미국 아이오와의 농무부 검역원에 보내는 비용 등도 만만치 않았다.

나중에 가격을 내리긴 했지만 스모크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았던 이라크의 족장은 3만 달러를 요구하기도 했다.

폴섬은 일부 사람들이 당나귀를 데려오는데 쓴 막대한 비용에 대해 비판적이라는 사실을 알지만 해병대의 친구였던 당나귀에 대한 보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람들이 애완동물을 키우는데 수십조 달러를 쓰는 이유가 무엇이겠냐”면서 “바로 동물들을 사랑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14일 마침내 뉴욕에 도착한 스모크는 3년 만에 폴섬과 재회했다.

폴섬은 스모크를 집이 있는 아이오와주 오마하로 데려가 환자들을 돕는 동물 치료 분야에서 일하게 할 생각이다.

그는 “사막에 살던 스모크가 크고 푸른 나무들을 보는데 이미 익숙해졌다”며 “이제 미국 당나귀가 다 됐다”는 말로 스모크의 빠른 적응 소식을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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