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미군 “1977~78년 다이옥신 전량폐기 명령 하달”

前미군 “1977~78년 다이옥신 전량폐기 명령 하달”

입력 2011-05-25 00:00
수정 2011-05-25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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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78년 경북 칠곡 왜관의 미군 기지에 고엽제로 쓰이는 독성물질을 묻었다는 주한미군 출신의 증언이 나와 파문이 확산하는 가운데 비슷한 시기에 주한미군 부대들에 다이옥신 제초제를 모두 없애라는 명령이 일제히 하달됐다는 또 다른 퇴역 미군의 증언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24일 퇴역 주한미군 인터넷 사이트인 ‘한국전 프로젝트’(Korean War Project)에 따르면 지난 1977년부터 1978년까지 미육군 2사단 사령부에서 복무한 래리 앤더슨 씨는 “그 무렵 2사단 전체 창고에 저장돼 남아있는 모든 다이옥신을 없애라는 명령이 내려졌다”며 “우리 부대만이 아니라 전 부대에 내려진 일제 명령이었다”고 말했다.

미 2사단은 임진강 북쪽과 판문점 남쪽의 서부전선을 방어하는 부대로 경기도 파주, 연천, 문산, 동두천, 의정부, 포천 등에 기지가 분산 배치돼 있다.

앤더슨 씨는 한국전 프로젝트가 지난 2007년 12월 말부터 개설한 웹 사이트 내 주한미군 고엽제 피해 현황 파악을 위한 게시판에 지난 2009년 8월 이 같은 주장을 담은 글을 올렸다.

앤더슨 씨가 주장한 다이옥신 제초제를 전량 없애라는 명령이 하달된 시점은 경북 칠곡 캠프 캐럴에 전 주한미군 병사 스티브 하우스 씨가 다이옥신계 제초제인 고엽제를 매립했다는 시기로 주장한 1978년과 시점이 비슷하다.

당시 다이옥신 제초제 전량 해소 명령이 떨어진 이유는 나와있지 않지만, 1978년은 유독성 화학물질 매립으로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러브 캐널’(Canal.운하) 사건이 큰 파장을 일으켰고, 국제사회에 베트남전 고엽제 피해가 알려지면서 소송이 제기되고 논란이 증폭되는 사회적 분위기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문제가 되는 다이옥신계 제초제인 고엽제를 서둘러서 폐기해 없애는 조치를 취하려 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의무병으로 1968년에도 의정부 미군기지 캠프 스탠리에 복무했다는 앤더슨 씨는 “미국 정부가 한국의 여러 지역에 걸쳐 고엽제를 살포됐음에도 이를 계속 부인하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캠프 스탠리에 복무를 하면서 캠프 머서(부천시 오정동에 있었던 옛 미군기지)에도 파견 근무를 하면서 부대원들의 건강을 챙기는 일을 했고, 쥐를 잡는 일도 그중 하나였다”며 “1968년 봄부터 여름까지 캠프 내 화장실, 막사, 식당 등 모든 건물 주변에 고엽제를 뿌렸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비무장지대(DMZ)와 정확히 장소를 알 수 없는 여러 곳에서 부대와 함께 고엽제를 살포했다”고 밝혔다.

또다른 퇴역 미군 래리 킬고어 씨도 이 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1960년, 1970년대에 걸쳐 비무장지대뿐 아니라 한국의 다른 지역에도 광범위하게 고엽제가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지난 1973년 동두천의 캠프 케이시에서 초병으로 근무했다는 미키 퍼크스 씨는 “남쪽에 있는 미사일 기지 보초를 서기 위해서 몇 차례 파견 근무를 했는데, 기지 주변 지역의 나무나 풀이 자라는 것을 막기 위해 많은 제초제를 뿌렸다”면서 “그때 그것이 고엽제라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경북 칠곡의 캠프 캐럴에 고엽제 드럼통을 파묻었다고 주장한 스티브 하우스 씨가 2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고엽제 매립 사실을 증언하는 미군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고 밝혔지만 그들의 신원은 공개하지 않았으며, 이들이 래리 앤더슨 씨를 비롯해 한국전 프로젝트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퇴역 미군들과 같은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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