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빅 추종세력 추가 테러 배제 못해”

“브레이빅 추종세력 추가 테러 배제 못해”

입력 2011-07-26 00:00
업데이트 2011-07-26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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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슬로평화연구소 소장 ”무슬림이 노르웨이에 위협된다는 견해는 잘못”

“브레이빅 추종 세력이 또 다른 테러를 저지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오슬로평화연구소(PRIO) 크리스티안 하르프비켄(50) 소장은 25일 연쇄 테러 용의자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빅(32)이 어떤 조직과 연관돼 있을 가능성보다 그를 추종하는 세력이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점이 더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지난 2009년부터 PRIO 소장을 맡아 내전과 이민, 다문화공동체 문제 등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하르프비켄 소장은 이날 오후(현지시간) 오슬로 시내 연구소에서 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외국인 이민자들, 특히 무슬림이 노르웨이 사회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거의 50년에 걸친 노르웨이의 이민 역사에서 이민자들은 비교적 현지 사회에 잘 적응해 가고 있으며 과학기술 등의 전문 분야에서 상당한 역할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노르웨이 정부가 다른 유럽국가들처럼 이민 정책을 보다 엄격하게 바꿔나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다음은 하르프비켄 소장과의 일문일답.

-- 이번 테러로 노르웨이인들이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은데.

▲ 이번 사건은 분명 노르웨이 국민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 주었다. 노르웨이는 작은 나라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민이 이번 사건의 피해자들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고 봐야 한다.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가 아니면 최소한 한 다리 건너서는 아는 사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냉정히 생각해보면 오슬로에서 이런 사건이 일어난 것이 아주 놀라운 것만은 아니다. 영국 런던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일어나는 일이 오슬로에서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다.

-- 이번 테러가 무슬림 등 외국 이민자들에 대한 현 노동당 정권의 관용적 정책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 테러의 정치적 동기가 이민자들에 대한 뿌리 깊은 불만과 연관돼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이번 테러가 이슬람 사원 같은 이민자들의 역사적 상징물을 대상으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노르웨이 정권을 직접적으로 겨냥했다. 정부 청사도, 집권 노동당의 청소년 캠프도 그렇다. 사실 노동당은 노르웨이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대부분의 기간에 권력을 쥐고 있었다. 다시 말해 이번 테러는 다문화주의에 대한 반발이지만 그 책임이 다른 누군가가 아닌 정부에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것이 흥미로운 점이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비슷한 동기를 지닌 대부분의 테러는 이민자나 그들의 상징물들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이다.

-- 실제로 무슬림 이민자들이 노르웨이 사회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보나.

▲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노르웨이의 대다수 무슬림은 현지 사회에 비교적 잘 통합되어 있다. 물론 통합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몇몇 이민자 집단도 있지만, 그것이 그들이 무슬림이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오히려 다른 이유가 있다고 봐야 한다. 예를 들어 몇몇 무슬림 집단들은 오랫동안 전쟁이 지속되었던 나라에서 왔다. 소말리아나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처럼 말이다. 그런 환경에 오랫동안 노출됨으로써 이들이 심리적 상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통합에 어려움을 주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이민자들의 배경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1960년대 말의 1세대 파키스탄 이민자들은 노르웨이 사회에 적응하는 것을 꽤 힘들어했다.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이 매우 낮은 수준의 교육밖에 받지 못했거나 아예 교육을 받을 수 없었던 시골 지역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노르웨이에 와서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현지 사회에 통합되는 것에 어려움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50년 이민 역사를 가진 노르웨이에서 2세대 이민자들은 현지 사회에 매우 잘 적응해나가고 있다. 사실 오늘날 과학ㆍ기술 분야를 포함한 노르웨이의 많은 전문직종에서 가장 일을 잘하는 사람들은 이민자 출신들이다.

-- 이슬람권 이민자들에 대한 이민 정책을 보다 엄격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는데.

▲ 무슬림에 대해 다른 종교적 배경을 가진 이민자들과 차별화되는 정책을 세워야 한다는 생각에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만약 어떤 이민 정책을 세운다면, 그것은 무슬림뿐 아니라 모든 이민자 집단에 해당하는 것이어야 한다.

내가 보기엔 지금의 노르웨이 이민 정책도 상당히 엄격한 것이다. 사실 지난 몇 년간 노르웨이의 이민 정책들은 많이 변화했다.

제3세계의 숙련 노동자들이 노르웨이에 들어오는 것이 몇 년 전보다 훨씬 힘들어졌다. 또 정치 망명자들에 대한 정책도 엄해졌다. 노르웨이에서 정치 망명을 신청한 사람들이 본국으로 송환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이런 변화들에는 우익 진보 정당의 등장이 영향을 미쳤다.

유럽 국가들이 모두 이민 제한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르웨이만 독불장군으로 남아있을 수는 없다는 어려움이 있다.

-- 이번과 같은 테러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보나.

▲ 우익 극단주의자들이 유사한 다른 공격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증거로 보면 브레이빅이 조직과 연관돼 있다는 자신의 주장과는 달리 단독 범행을 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지만 정말 우려스러운 것은 그가 어떤 조직의 일원으로서 테러를 저질렀다는 것보다 그가 저지른 일에 감명을 받고 그 과업을 이어가려는 추종자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브레이빅의 목적도 다른 이들에게 영감을 주어 자신을 따르게 하는 것이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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