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염을 깎고’ 리비아 시민군 일상으로

‘수염을 깎고’ 리비아 시민군 일상으로

입력 2011-10-23 00:00
수정 2011-10-23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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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폴리 축제 분위기 속 일상 복귀 준비

”시민군으로서의 내 임무는 이제 끝났습니다. 오늘은 수염을 깎고, 내일 총과 군복을 반납할 것입니다.”



22일(이하 현지시간) 시내 중심 ‘순교자 광장(옛 녹색광장)’ 주변의 한 이발소에서 만난 시민군 병사 무하람 살렘 샤르베트(27)가 한 말이다.

샤르베트는 트리폴리가 과도정부군에 함락되기 하루 전인 지난 8월 22일 시민군으로 자원했다.

AK-47 소총을 들고 고향 트리폴리를 지키라는 명령을 받은 순간부터 과도정부군의 다른 동료처럼 면도를 하지 않은 그의 얼굴에는 수염이 덥수룩했다.

지난 8개월간 무아마르 카다피 친위대와 싸운 과도정부군에게 수염을 깎는 것은 단순한 면도 이상의 중요한 의미가 있다.

동부 벵가지에서부터 서부 진탄 주변의 산악지역에 이르기까지 42년간의 독재 정권을 타도하기 위해 무기를 들었던 학생들과 직장인, 노동자들이 이제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가 된 것이다.

카다피의 사망으로 축제 분위기가 계속 이어지는 트리폴리에서는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시민군 병사가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다고 한 현지 언론이 23일 전했다.

샤르베트의 수염을 깎은 이발사 아흐메드 이브라힘 자이터는 “그는 나의 첫번째 혁명군 손님”이라면서 “앞으로 수 주 동안 면도하러 오는 손님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샤르베트의 수염을 날렵한 솜씨로 깎아내며 자이터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카다피가 아직 건재할 때는 손님들이 반군으로 몰려 체포될까 두려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이제 가게에는 손님들의 활기찬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실제 트리폴리 함락 직전 카다피 측 비밀경찰에 체포된 친구 15명 중 5명은 아무 살림 교도소에서 처형됐다고 샤르베트는 전하기도 했다.

샤르베트는 다음 주까지는 트리폴리 재래시장에 있는 자신의 금은방 가게로 돌아갈 예정이다.

지난 2월 반정부 봉기가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그는 가게 문을 열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현업으로 복귀해 다시 일도 시작하고 미래를 위해 공부도 더 할 계획이라고 그는 목에 힘주어 말했다.

”우리는 정말 행복하다. 리비아의 밝은 미래가 보이기 때문이다.”

면도를 깨끗이 한 샤르베트의 얼굴은 환한 미소가 감돌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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