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공기’ 마시는 中 지도부 혼쭐

‘특별한 공기’ 마시는 中 지도부 혼쭐

입력 2011-11-05 00:00
수정 2011-11-05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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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청정기 업체, 우수성 홍보위해 후 주석 사무실 등 ‘특별공급’ 들통

“대기오염이 이렇게 심하고, 아무도 책임을 안 지는데 ‘중난하이’(中南海·중국 최고 권부)의 공기는 모두 특별공급됐다고?”

한 공기청정기 업체의 ‘천기누설’로 후진타오 주석 등 중국 최고지도부가 매우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몇 주일째 짙은 스모그 때문에 베이징 시민들의 호흡기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가운데 중국 최고지도부가 업체로부터 공급받은 공기청정기를 사무실과 침실 등 곳곳에 갖춰놓고 생활하고 있는 사실이 처음으로 공개됐기 때문이다. 4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 등에는 서민들과 동떨어져 이처럼 ‘특별한 공기’를 마시는 지도부에 대한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이 같은 ‘천기’는 후난성의 공기청정기 업체 위안다(遠大)그룹이 누설했다. 이 업체의 베이징 지사가 홈페이지를 통해 자사 공기청정기의 우수성을 뽐내면서 ‘중난하이’에 진출한 사례를 공개한 것이다.

집중적인 검사를 거쳐 위안다 공기청정기가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실에 처음 설치된 이후 최고지도자들의 호평을 받으며 마침내 중난하이 지정 공기정화기의 영예를 획득했다고 소개했다. 후 주석이 사무실 등에 설치해 놓고 사용 중이며 국가 지도자들이 해외순방할 때도 필수품이 됐다고 자랑했다.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실에서 진행된 실험에서 공기청정기의 필터에서 잉크색 더러운 물이 나오는 것을 본 뒤 중국 지도부가 이 공기청정기의 필요성을 확신했다는 설명과 함께 “우리 공기청정기가 지도자들에게 건강하고 깨끗한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다는 것은 인민들에게 축복”이라고 자찬했다. 중국에서 식품과 술, 담배, 전자제품 등 모든 물품에 지도부와 국가기관을 위한 ‘터궁’(特供·특별공급)이 존재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이처럼 최고지도부가 공기청정기까지 특별공급해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특히 최근 스모그가 연일 계속되자 베이징의 공기 질이 2008년 올림픽 개최 이전 수준으로 악화됐는지 여부를 놓고 주중 미국대사관과 중국 환경당국이 열띤 공방을 벌이면서 베이징 대기 질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최고지도부의 ‘진면목’이 드러나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서민들은심하게 오염된 공기에서 숨쉬고 있는데 공기마저 특별공급받는 지도부가 과연 서민들의 삶을 이해할지 궁금하다.”고 비아냥댔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2011-11-05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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