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위기 갈수록 태산…EU 총체적 난국

유로존 위기 갈수록 태산…EU 총체적 난국

입력 2011-11-05 00:00
업데이트 2011-11-05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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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구제금융 꼬이고 이탈리아 위기 심화 G20, IMF 재원확대 원칙만 합의..별 성과 없이 끝내

유로존 채무ㆍ금융위기가 갈수록 악화되면서 유럽연합(EU)이 총체적 난국을 맞고 있다.

위기의 진원지였던 그리스는 EU가 어렵사리 마련한 2차 구제금융안의 수용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느닷없이 밝혀 유로존 위기해소 종합대책을 뿌리부터 뒤흔들며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가 국내외의 거센 비판에 직면, 국민투표 방침을 철회해 EU와 국제통화기금(IMF)의 1차분 6회 지원액 80억 유로는 몇 주 안에 지급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그리스의 정치적 상황은 여전히 안개 속이어서 2차 구제금융안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종합대책의 근간인 그리스 살리기가 어려워지면 그리스 국채 민간 보유자 손실률을 50%로 확대키로 한 것도 의미가 퇴색된다. 가뜩이나 손실률 확대의 실효성이 크지 않다거나 민간은행들의 참여도도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던 터다.

실제 그리스 총리의 국민투표 발언 이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과도한 채무로 불안한 이탈리아 경제로 위기가 전염되는 조짐이 뚜렷해졌다.

이탈리아 국채의 발행금리가 사상 최고로 치솟고 독일 국채와의 수익률 차이 역시 연일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와 기업으로선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를 갚고 필수적인 운용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시장에서 돈을 빌려야 하지만 엄청난 고리로 자금을 빌려야 하고 그마저 돈줄이 막혀가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프랑스 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는 그리스 보다는 오히려 이탈리아 위기와 대책이 집중 논의됐다.

정상들은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며 이탈리아를 강하게 압박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위기를 막을 대책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IMF 구제금융도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베를루스코니 총리를 제외한 다른 정상들은 정부 내부 분열과 정쟁에 따른 혼란까지 겹쳐 경제 개혁을 제대로 실행할 수 있을 것으로 믿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결국 IMF와 EU가 이탈리아의 연금·규제개혁 추진 상황 등을 감시하기로 했으며 3개월마다 양측의 실사단이 갈 예정이다. 비록 베를루스코니의 ‘자발적 초청’이라는 형식을 취했지만 이는 이탈리아 정부의 정치적 의지와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에 따른 것이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로서는 굴욕적일 수도 있으나 ‘좀 더 믿을 만한’ 국제기구들의 감시와 자문을 받음으로써 시장의 신뢰를 높이고 불안을 조금이나마 가라 앉힐 수 있다고 계산해 취한 타협책으로 분석된다.

이탈리아 위기 심화는 스페인 등 또 다른 취약국가는 물론 이미 국제 신용등급 평가업체들로부터 등급 강등 경고를 받아온 프랑스까지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이는 다시 유로존의 핵심국가와 은행들에 전이되고 유럽을 넘어 전 세계에 금융불안을 도미노처럼 확산시킬 수 있어 G20이 이탈리아 문제의 긴급진화에 나선 것이다.

그리스와 이탈리아가 위험해지면서 유로존 구제금융기금의 한계에 대한 의구심은 커지고 있다. 유로존 자체의 구제금융 수단인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원금은 중액하지 않은 채 은행들의 국채 매입에 따른 손실발생 시 20%를 보전해주는 방법으로는 당초부터 한계가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IMF 재원을 늘리거나 중국 등 신흥국이 특별기금에 출연해 유로존을 지원토록 한다는 것이 EU의 구상이다.

하지만 G20에서 EU가 이와 관련해 거둔 성과는 제한적이다. G20 정상들은 “내년 하반기에 회원국들이 자발적으로 지분을 증액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며 이를 위해 IMF 결제수단인 특별인출권(SDR)을 활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을 안심시키기 위해 IMF 재원 확대엔 원칙적으로 공감했다고 말하지만 시급한 사안에 대한 구체적 합의가 없이 내년 하반기로 결정을 미뤘음을 뜻한다.

다만 재정위기를 맞은 국가를 지원하기 위해 IMF 내에 새로운 예방적 유동성 대출(PLL) 기구를 신설해 최대 6개월간 지원하기로 한 것은 EU 입장에선 그나마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U 회원국이면서도 유로존에는 가입하지 않은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IMF 재원 확대에 찬성하고 돈을 낼 용의가 있으나 “이 돈은 유로존 지원을 위해 써선 안된다”고 말하는 등 EU 내의 분열상을 노출했다.

또 네덜란드 노동당은 그리스 2차 구제안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노동당이 반대하면 과반 득표가 어려워진다. 그리스 구제안이 포함된 EU의 위기 타개 종합대책은 17개 유로존 회원국 의회가 모두 승인해야 실행된다. 갈수록 태산인 셈이다.

호세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칸 G20 정상회담을 결산하면서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회의에서 유로존 상황에 정말 많은 이목이 집중됐다”면서 “최근에 벌어진 상황 때문에 EU의 각 기관들과 여기 참석한 일부 국가들이 앞으로 많은 추가 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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