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홍수 와중에 스타로 떠오른 TV 앵커

방콕 홍수 와중에 스타로 떠오른 TV 앵커

입력 2011-11-07 00:00
수정 2011-11-07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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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방콕의 수마가 한 TV 앵커를 스타로 만들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 수주 간 시내의 더러운 물줄기를 누비며 홍수 위험을 경고해온 채널 3의 소라윳 수타사나진다(46) 앵커를 태국 모든 국민이 알고 있다면서, 그가 이제 민간 분야 구호노력도 선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태국 정부가 “이제 최악의 상황은 끝났다”고 발표한 순간에도 소라윳은 한 손에 마이크를 잡고 피해 가정을 느린 동작처럼 낱낱이 비춰줬고, 정부의 구호 작업이 삐걱대는 와중에 1천200만 달러에 달하는 자선기금을 거둬들였다고 전했다.

특히 정부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치는 상황에서 그가 진행하는 뉴스 프로그램은 태국 국민이 가장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해 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방콕의 침수지역인 파툼 타니에 사는 한 주민은 “정부가 구호품을 제대로 보내주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소라윳이 전달해주는 쌀과 물, 맥도날드 햄버거는 우리에게 정말 절실한 것이었다”고 말할 정도다.

정치 분석가들은 수년 동안의 정치적 격변을 겪은 뒤 잉락 친나왓 총리와 방콕 시 행정부를 장악한 총리의 반대파들이 서로 점수따기 경쟁을 벌였을 뿐 재해에 공동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면서 이 때문에 그 누구도 정치인들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싱가포르의 동남아연구소 태국 전문가인 파빈 차차발퐁푼은 “이런 상황이 소라윳 같은 인물이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준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소라윳은 홍수 이전부터 방송계에서 매우 도드라진 언론인이었다.

정치인들을 떠받드는 태국의 언론계 풍토에서 그는 이를 거부하고 격식 없는 취재 태도를 보이면서 나름 ‘열혈 시청자’를 확보해 왔다.

그가 국영방송인 채널 9를 떠나 민영방송인 채널 3으로 옮겼던 2006년 이 방송의 모기업인 BEC 월드 PCL의 주가가 6개월 만에 30%나 급등했던 것은 뉴스 프로그램 시청률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에게 늘 찬사만 따라다니는 것은 아니다.

일부 비판적 인사들은 그가 이번 홍수를 자신이 속한 채널 3의 브랜드를 알리는 호기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가 방송에 출연할 때 자신의 주먹만큼이나 크게 쓰인 ‘3’이라는 숫자를 세긴 마이크를 드는 게 그 단적인 예라는 지적이다.

또 태국의 두 주요 정당 지지자들은 그가 은밀하게 상대 당을 돕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소라윳은 그러나 자신이 언론인일 뿐이며, 지금도 사람들을 구호하기보다는 그들의 얘기를 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정부는 어려움에 처한 국민을 도와야 하고, 그렇게 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다만 우리는 한시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일 뿐이며, 관료주의를 우회해 좀 더 빨리 움직일 따름”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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