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혼란 계속 “폼페이 최후의 날 방불”

그리스 혼란 계속 “폼페이 최후의 날 방불”

입력 2011-11-10 00:00
수정 2011-11-10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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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총리 인선 불발’현 총리 하수인’ 반발

그리스 과도 연립정부를 이끌 새 총리 인선 작업이 9일(현지시간) 급작스럽게 좌초되면서 그리스 정국의 끝없는 혼란상과 불확실성만 한층 부각되고 있다.

이날 오후 여야가 과도연정 구성에 합의했다고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총리가 발표했을 때만 해도 분위기는 좋았다.

집권 사회당 출신의 필리포스 페찰니코스(61) 현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로 차기 총리로 추대되는 것이 거의 확실시되던 상황이었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TV 생중계 연설을 통해 이번 합의로 그리스가 유로존 안에서 살아남았다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파산을 피했고 이 나라가 스스로 서 있도록 만들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나름 감회를 밝히기까지 했다.

그러나 연설 직후 차기 총리 확정을 위해 열린 여야 회동에 참석한 극우정당 라오스(LAOS) 게오르기오스 카라차페리스 당수가 회의장을 박차고 나와 페찰니코스 인선을 비난하고 나서면서 이러한 ‘합의’는 산산조각났다.

이처럼 총리 인선이 막판에 엎어진 자세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사회당과 제1야당인 신민당의 상당수 의원들이 페찰니코스가 파판드레우의 하수인에 불과하다며 반기를 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사회당 의원은 “모든 경제 문제를 다룰 수 있는 강한 인물을 원한다”며 페찰니코스가 “정책적으로 파판드레우와 너무 가까우며, 이는 그리스 국민들이 바라는 변화의 신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궁은 이튿날 오전 10시에 긴급회의를 갖고 총리 인선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으나, 최근 정국에서 회의가 연기되거나 아예 취소되는 일이 워낙 잦아 실제 열릴지도 예측불허인 상황이다.

이러한 돌발 상황에 대해 언론들은 “그리스 정치 기준으로도 난장판인 하루였다”고 비난하며 새로운 총리 후보에 대해 온갖 추측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우선 당초 총리 후보로 거론됐던 루카스 파파데모스 전 유럽중앙은행(ECB) 부총재가 주목받는 가운데, 파판드레우 총리가 이날 밤 안토니오 사마라스 신민당 당수와 파파데모스 추대에 대해 논의했다고 한 정부 관리가 전했다.

또 바실레이오스 스쿠리스 유럽사법재판소(ECJ) 소장 등 다른 인사들도 여럿 물망에 오르는 가운데 사회당 일각에선 파판드레우 재추대론까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권의 혼란을 놓고 그리스 국민들도 점차 인내심을 잃어가는 분위기다.

가급적 정치 현안 관련 발언을 자제하던 게오르기오스 프로보풀로스 그리스 중앙은행 총재도 이례적으로 “이러한 불확실성이 경제와 은행 시스템에 해를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 나라가 장차 유로존에 확실히 남도록 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강력한 정부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좌파연합인 시리자(SYRIZA) 소속 정치인 알렉시스 치프라스는 “폼페이 최후의 날을 보는 것 같다. 총선을 당장 실시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한편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최근 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회의 기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면서 파판드레우 총리가 ‘이미 쓰러진 사람’이라며 비하성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파판드레우 총리의 국민투표 제안이 ‘우울해진 사람의 행동’으로 이미 쓰러진 사람을 비난할 가치가 없다고 말했고, 이 같은 내용을 근처에 있던 기자들이 들었다고 그리스의 블로그 사이트들은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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