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 열사 기념관은 살아있는 역사교육 현장

이준 열사 기념관은 살아있는 역사교육 현장

입력 2011-11-20 00:00
수정 2011-11-20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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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민 부부 열정으로 사라질 위기에서 되살아나

1907년 고종은 네덜란드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이준, 이상설, 이위종을 일제의 눈을 피해 밀사로 파견했다.

이들은 현지에서 을사늑약의 무효를 선언하고 일제의 침략을 고발했으나 일본의 방해와 냉담한 열강의 태도로 대한제국이 독립국임을 인정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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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헤이그 ‘이준 열사 기념관’ 전시실 입구. 연합뉴스
네덜란드 헤이그 ‘이준 열사 기념관’ 전시실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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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헤이그 ‘이준 열사 기념관’의 송창주 관장이 1907년 당시 고종의 헤이그 특사 파견 배경과 도착 전후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네덜란드 헤이그 ‘이준 열사 기념관’의 송창주 관장이 1907년 당시 고종의 헤이그 특사 파견 배경과 도착 전후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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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분강개한 이준 열사는 당시 머물고 있던 헤이그 드 용 호텔에서 분사했다.

그로부터 85년이 흐른 1992년 네덜란드의 한 일간지에 드 용 호텔이 재개발로 매각될 위기에 처했다는 작은 기사가 실렸다.

1972년 상사 주재원으로 왔다 사업가로 변신하며 눌러앉아 네덜란드에 20년간 살던 이기항 씨가 이 기사를 봤다.

작은 사업을 하던 그는 이리저리 고민하다 “선열 유적지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해선 안된다”는 생각에 헤이그 시 정부를 어렵게 설득해 철거를 막고 당시로선 거금인 20만 달러를 들여 호텔을 인수했다.

이후 사재를 더 쏟아붓고 전경련과 독지가들의 도움을 받아 건물을 수리, 단장해 1995년 이준 열사 기념관으로 문을 열었다.

이후 이 씨와 현지 교사 출신인 부인 송창주 씨는 발품을 팔며 3인의 열사와 관련된 각종 자료를 계속 수집해 나갔다.

이 씨는 기념관의 내용물을 하나씩 늘려나가는 한편 송 씨와 함께 역사와 평화에 대해 각종 서적과 자료 연구에 파고들었다.

송 씨는 관장, 이 씨는 이준 아카데미 원장을 맡아 연간 약 2천 명의 방문객들, 특히 학생들과 유럽 교민 2세들에 대한 역사와 애국애족 교육에 힘을 쏟았다.

기념관은 일제에 저항한 선열 유적지이자 역사교육의 장이 됐으며 매년 관련 기념행사를 치르는 중심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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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헤이그 ‘이준 열사 기념관’의 이준 열사가 분사(憤死) 전까지 머물렀던 방. 연합뉴스
네덜란드 헤이그 ‘이준 열사 기념관’의 이준 열사가 분사(憤死) 전까지 머물렀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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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헤이그 ‘이준 열사 기념관’의  전시실 안내판. 연합뉴스
네덜란드 헤이그 ‘이준 열사 기념관’의 전시실 안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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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그 밀사 파견 100주년인 지난 2007년엔 서영훈 평화제전위원장, 김수환 추기경, 김재순 전 국회의장, 반 아흐트 네덜란드 전 총리 등 국내외 인사 7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유럽 한민족 평화제전’이란 명칭의 성대한 기념행사들이 이 기념관과 헤이그 새 교회 등에서 사흘간 열렸다.

헤이그 시는 당시 이준 열사 순국일인 7월14일을 ‘이준 열사의 날’로 정했다. 기념관은 이제 헤이그 시 소개 책자와 주요 관광지 20곳을 담은 공식 관광지도에도 실려 있다.

이기항 씨는 이곳을 일제하 아픈 민족사의 현장이라는 생각을 뛰어넘어 세계인들에게 평화를 위한 갈구와 역사의 교훈을 보여주는 곳으로 소개해 나갔다.

이에 따라 유엔은 ‘세계의 평화 박물관’에 이곳을 등재했고, 노벨평화상 위원회는 해마다 평화상 시상식에 이 씨 부부를 초청하고 있다.

이 씨는 “항공료 등 비용은 본인 부담이지만 우리 역사와 선열들의 평화 정신을 인정받은 것으로 생각해 기쁘게 참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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