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선출 앞두고 ‘기성 vs 개혁’ 막후다툼 치열

교황 선출 앞두고 ‘기성 vs 개혁’ 막후다툼 치열

입력 2013-03-11 00:00
업데이트 2013-03-1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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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관료집단 대 미국 중심 개혁세력 대립

차기 교황을 선출할 ‘콘클라베’가 12일(이하 현지시간)로 목전에 다가오면서 바티칸에 모인 전 세계 추기경들의 보이지 않는 ‘물밑 정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역별·성향별로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추기경들은 자신들의 이해에 가장 들어맞는 교황을 탄생시키기 위해 치열한 막후교섭을 벌이고 있다.

추기경단은 11일 마지막 전체회의(General Congregation)를 열고 차기 교황 선출을 준비하는 논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콘클라베에서는 두드러진 지지를 받는 후보가 없어 결과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유력한 교황 후보로 콘클라베에 들어갔다가 그냥 추기경으로 나온다’는 현지 속담을 방불케 한다.

AP통신 등 외신들의 분석으로는 이번 콘클라베를 둘러싸고 형성된 대립 구도는 ‘유럽권 대 비(非)유럽권’이라기보다는 ‘기성세력 대 개혁세력’의 다툼에 가깝다.

◇기성권력 유지 꾀하는 교황청 관료세력 = 첫 번째 세력은 기성 권력을 쥔 교황청의 주류 관료 집단이 중심이다. 이들은 현상 유지적 통치를 펼 교황을 선호한다.

이들은 비 유럽권이지만 교황청과 관계가 가까운 브라질의 오딜로 페드로 스체레르(63) 추기경(상파울루 대교구장)을 차기 교황으로 밀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스체레르 추기경은 대신 교황 다음 서열인 교황청 국무원장에 이탈리아 출신의 내부 인사를 임명할 것으로 관측된다. 유럽 밖 출신에게 교황직을 내주는 대신, 일상업무를 총괄해 실권을 쥔 바티칸 ‘2인자’는 자신들의 사람으로 채우자는 것이다.

요한 바오로 2세가 선출된 1978년 이전까지 455년간 교황직을 독식해 온 이탈리아 추기경들이 어떤 후보를 지지할 것인가도 관심거리다.

이번 콘클라베에서 이탈리아 추기경들은 총 28명으로 최대 세력이다. 폴란드인인 요한 바오로 2세와 독일 출신의 베네딕토 16세 등 ‘외국인’이 지난 35년간 교황직을 수행했으니 이제는 자신들 차례라는 의견이다.

그러나 이들은 어떤 후보를 지지할 것인지를 두고 교파별로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장 이번 콘클라베가 12일로 정해진 것도 더 많은 논의 시간을 요구했던 ‘외국인’ 추기경들과의 힘겨루기에서 이탈리아 추기경들이 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개혁파’ 미국 추기경, 非유럽 연대 구축 = 또 다른 세력은 미국인 추기경들을 필두로 한 개혁파다.

이들은 바티칸을 뒤흔들 개혁적 성향의 교황만이 기밀문서 유출 파문과 내부 권력투쟁 의혹, 성추문 등으로 추락한 위신을 되찾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탈리아 신문 ‘가제타 델 수드’는 북미 출신 추기경들이 공식 추기경단 회의 기간 중 브라질 추기경들과 비밀 회동을 갖고 연대 구축을 위한 논의를 벌였다고 비공식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들은 교황청 세력을 중심으로 집결하는 유럽 추기경들이 내세울 후보에 맞서 자신들의 적임자를 찾고 있으며, 아프리카 세력도 끌어들이려 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유럽은 이미 현대적 개혁에 적합한 교황을 배출할 능력을 상실했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이탈리아의 안젤로 스콜라(71) 추기경(밀라노 대교구장)을 밀고 있다는 설도 있다.

스콜라 추기경은 교계 내 영향력이 크고 개혁 성향으로 분류되지만, 바티칸과의 교류는 제한적인 편이다.

미국 추기경들은 유일하게 독자적인 기자회견을 열다 바티칸으로부터 제지당하는 등 바티칸의 경직성과 대조되는 ‘투명성’으로 신자들의 호감을 살 수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미국인 추기경은 11명으로 이탈리아에 이어 숫자로도 2위다.

실제로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레가 바티칸 전문가 8명을 상대로 선호하는 교황 후보를 설문조사한 결과 미국의 숀 패트릭 오말리(68) 추기경(미국 보스턴 대교구장)이 1위를 차지했다.

바티칸은 ‘슈퍼 파워’ 미국이 교황마저 배출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관점을 전통적으로 견지해왔다.

더욱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던 스콜라 추기경과 스체레르 추기경을 제쳤다는 점에서 이는 놀라운 결과라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목자형’ 대 ‘관리자형’…어느 쪽 선택할까 = 가톨릭 교회가 현재 요구하는 교황이 어떤 유형의 인물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대중친화적인 카리스마를 갖춘 ‘목자형’ 교황이 나서서 기울어가는 교세를 다시 일으켜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바티칸 관료사회를 장악할 ‘관리자형’ 교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런 두 자질을 고루 갖춘 인물은 현재 거론되는 후보군에서 찾기 쉽지 않다는 평이다.

한편, AP통신은 이번 콘클라베에서 무시하지 못할 또 다른 진영을 언급하기도 했다. 바로 ‘베네딕토 16세파’다.

베네딕토 16세 재임 기간에 추기경으로 임명돼 이번 콘클라베에 참가하는 선거인은 총 67명으로 전체 선거인단의 절반이 넘는다.

그가 재임 시절 통탄했던 ‘교회의 분열’에 일조했다고 여겨지는 인물이라면 베네딕토 16세에 대한 이들의 충성심이 대권 가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AP통신은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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