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정권, 개헌 숨고르기 ‘역사인식’은 혼선

아베 정권, 개헌 숨고르기 ‘역사인식’은 혼선

입력 2013-05-14 00:00
업데이트 2013-05-14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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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민당 정권이 개헌과 역사인식 갈등에서 한발 물러서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논란을 피해 7월 참의원 선거에 집중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지만, 역사인식 문제의 경우 자민당 간부의 돌출 발언이 겹치며 좀처럼 수습되지 않는 양상이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5월 들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발언이 변했다는 점이다. 특히 개헌안 발의 요건을 완화하는 이른바 ‘96조 개헌’에 대한 발언이 확 바뀌었다.

아베 총리는 4월까지만 해도 96조 개헌을 쟁점으로 삼아 7월 참의원 선거를 치르겠다고 했지만 지난 1일 취재진에게 “(96조 개헌이) 국민적인 이해를 얻은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한데 이어, 10일에도 한 TV 프로그램에서 “96조에 대해 국민적인 논의가 심화됐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고 발언했다. 96조 개헌을 참의원 선거 쟁점으로 삼는다는 구상이 변한 것은 아니지만 5월 들어 톤이 변한 것은 확실하다.

이에 대해 아사히신문과 요미우리신문 등 주요 매체들은 자민당 정권이 연립여당인 공명당과 여론의 반발을 의식해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각 신문의 여론조사 결과 아베 내각에 대한 지지율이 여전히 60∼70%대 고공 행진을 벌이고는 있지만, 96조 개정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이 많다는 점을 의식했다는 것이다.

역사인식 문제도 마찬가지다. 지난 4월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등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계기로 논란이 불거졌을 때만 해도 아베 총리가 나서서 “어떤 압력에도 굴하지 않겠다”거나 “침략에 대한 정의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하는 등 강경 자세를 보였지만, 5월 들어서는 한 발 빼는 양상이다.

지난 10일에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정례 회견에서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를 전체적으로 계승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본 언론은 아베 정권의 변화 배경에 2006∼2007년 1차 아베 내각 시절의 경험에 대한 반성이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베가 처음 총리가 됐을 때만 해도 중의원 다수 의석을 배경으로 개헌, 역사인식 수정을 강경 일변도로 밀어붙이다가 단명 정권으로 끝났지만 이번에는 스가 관방장관의 고언을 받아들여 ‘소나기를 일단 피해간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생각이 변한 게 아니라 참의원 선거 승리를 우선시해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7월 선거에서 이기면 차기 중의원 선거가 있는 2015년말까지 마음껏 개헌과 역사인식 수정을 추진할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정권 핵심부의 계산을 이해하지 못한 이들의 돌출 발언이 겹치면서 역사인식 논란이 좀처럼 수습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라야마 담화중 ‘침략’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발언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이 대표적인 예다.

다카이치 정조회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13일 스가 관방장관 뿐만 아니라 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 당 부총재,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간사장까지 나서서 비판하는 등 파문 진화에 부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아사히신문은 “역사인식 문제가 부각되는 계기를 제공한 것이 (아베) 총리인 만큼 쉽게 수습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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