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시위의 또 다른 상징 ‘펭귄’, ‘차풀링’

터키 시위의 또 다른 상징 ‘펭귄’, ‘차풀링’

입력 2013-06-08 00:00
업데이트 2013-06-09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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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터키의 시위 대신 펭귄다큐멘터리 방송 조롱 총리, 시위대 ‘약탈자’ 지칭…”나도 약탈자” 붐 일며 신조어 생겨

터키 이스탄불 도심의 작은 공원을 지키려는 환경운동가의 집회가 전국적 반정부 시위로 격화된 것에는 ‘빨간 옷의 여인’의 역할이 컸다.

지난달 28일 이스탄불 게지공원 점령시위를 벌이던 제이다 순구르씨가 경찰의 최루액 분사에 담담하게 맞서는 사진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로 급속히 퍼지면서 터키 시위의 아이콘이 된 것.

소셜미디어에서는 ‘빨간 옷의 여인’을 잇는 또 다른 상징으로 펭귄이 떠오르고 있다.

이는 반정부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한 지난달 31일 CNN투르크가 시위 현장을 뉴스로 전하는 대신 펭귄 다큐멘터리를 방영했기 때문이다.

한 시민이 페이스북에 올린 CNN과 CNN투르크를 비교한 사진을 보면 왼쪽 TV에서는 CNN투르크가 펭귄 다큐멘터리를 방영하고 있고 오른쪽 TV에서는 CNN이 터키 시위현장을 보도하고 있다.

이 사진이 유명세를 타자 방독면을 쓴 펭귄이 반정부 시위를 벌이는 그림들이 소셜미디어에 속속 올라왔으며 시위 현장에서는 ‘가이 포크스’ 가면 대신 펭귄 가면을 쓴 시위자들도 나타났다.

터키의 유명 배우 세르미얀 미디아트는 CNN투르크에 펭귄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출연해 시위대의 격려를 받았다.

CNN투르크 방송화면에 펭귄들이 탄창과 총을 두르고 행진하는 모습을 담은 합성사진도 트위터러의 인기를 끌었다. 이 화면의 자막에는 “펭귄들, 빙하가 녹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라는 자막을 달았다.

CNN투르크는 터키 최대 민영 미디어그룹인 도안미디어그룹과, CNN을 소유한 미국 미디어 그룹 타임워너가 합작한 터키 현지법인이다.

’약탈자’란 뜻의 터키어 ‘capulcu’(차풀주)에서 착안해 영어와 결합한 ‘차풀링’(chapulling)이란 신조어도 만들어졌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가 시위대를 ‘약탈자’(capulcu)라고 비난하자 시위대뿐만 아니라 각계각층에서 “나도 약탈자다”라고 선언하면서 ‘약탈자’란 단어가 유행하고 있다.

터키의 대형 시중은행인 가란티방크의 에르군 외젠 대표이사는 “나도 약탈자다”라고 말했고 대기업인 보이네르홀딩스의 젬 보이네르 회장은 “나는 좌파도 우파도 아니고 차풀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단어의 터키어 발음이 2년 전 인기를 끌었던 춤 ‘셔플’과 비슷하단 점에서 당시 인기곡 ‘Everyday I’m shuffling’을 패러디한 ‘Everyday I’m chapulling’이란 구호가 시위현장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사용자 참여방식의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에도 ‘chapulling’이란 단어가 등재됐다. 위키피디아는 이 단어가 ‘권리를 위해 싸우다’란 뜻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탁심광장에는 “최루탄이 터키의 국민음료다”란 그래피티도 등장했다. 이는 에르도안 총리가 최근 국민의 반발을 불러왔던 주류 규제를 강화한 법을 옹호하면서 “터키의 국민음료는 라크가 아닌 아이란”이라고 말한 것을 비꼰 것이다. 라크는 터키의 전통주이며 아이란은 진한 요구르트에 소금과 물을 넣어 희석한 음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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