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농업 돕는다는데…” 게이츠재단, 부국 지원 논란

“아프리카 농업 돕는다는데…” 게이츠재단, 부국 지원 논란

입력 2014-11-04 00:00
업데이트 2014-11-04 13:25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가디언 “아프리카 NGO는 고작 4% 수령…미국 단체가 75% 받아”

글로벌 자선사업으로 잘 알려진 빌게이츠재단이 아프리카 농업을 지원한다고 하지만 정작 부자 나라 연구소들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4일 마이크로소프트 CEO(최고경영자) 출신인 빌 게이츠가 자신과 부인의 이름을 따 설립한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이 세계 최빈국 배고픈 사람들을 돕고자 지원한 30억 달러(3조2천370억원)와 관련, 대부분이 미국, 영국 등 부국들에서 쓰이고 단지 10% 정도가 아프리카에서 사용된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바르셀로나에 본부를 둔 ‘그레인’(Grain)이라는 연구단체 보고서를 인용했다.

재단 보조금 지급 내역서를 분석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지출된 돈의 절반 가까이는 세계은행, 유엔기구뿐 아니라 글로벌 농업 연구 네트워크로 가고 아프리카에서 첨단 농법을 진흥시키는 단체로도 나갔다.

나머지 15억 달러는 전세계 수 백개 연구 개발 단체로 쏟아져 들어갔다. 보고서는 “여기서도 보조금의 80% 이상이 미국과 유럽에 있는 조직들로 갔고 10%만 아프리카 소재 단체로 갔다. 단연코 최대 수혜국은 미국이고 다음이 영국, 독일, 네덜란드 순”이라고 설명했다.

대학들과 국립연구센터로 지급된 6억7천800만 달러 가운데 79%는 유럽과 미국 쪽이고 12%만 아프리카행이었다.

보고서는 “농업 부문의 비정부기구(NGO)에 주어지는 6억6천900만 달러를 들여다보면 남북 격차(선진국-개도국 차이)가 가장 충격적”이라면서 “아프리카 소재 단체들은 4%만 받고 75% 이상이 미국에 있는 단체로 갔다”고 강조했다.

농학자로 그레인의 공동 창립자인 헹크 호벨링크는 “재단 증여금 데이터베이스를 검토해보니 선진국 단체들에 돈을 줌으로써 저개발국가나 개발도상국에서 기아를 퇴치하려는 것 같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들(재단 관계자들)은 (아프리카 현지) 농부들의 말도 귀담아듣지 않는 것 같았다”면서 “대다수 자금이 하이테크 과학 장비로 가고 농부들 자신이 땅 위에서 개발하는 해결 방안으로 가지 않는다. 아프리카 농부들은 그저 타자로부터 주어진 지식과 기술의 수혜자이자 소비자로만 그친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특히 스위스의 농업생물공학 기업인 신젠타, 미국의 다국적 종자기업인 몬산토 등과의 협업 관계 때문에 아프리카 현지 농부들의 자생적 종자 시스템 구축이 방해를 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미국 시애틀에 본부를 둔 게이츠재단은 보고서의 주된 논지가 자신들의 전체 그림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재단 대변인인 크리스 윌리엄스는 “우리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주요 수령자들만 들여다보면 우리 기금의 행방이 어디서 끝나고 누가 진짜 수혜자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며 “주요 수령자 다수는 받은 기금을 아프리카와 남아시아 국가에 있는 농부 단체 등 현지 기관들에 제공한다”고 해명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핵무장 논쟁, 당신의 생각은?
정치권에서 ‘독자 핵무장’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북한의 밀착에 대응하기 위해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평화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반대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독자 핵무장 찬성
독자 핵무장 반대
사회적 논의 필요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