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바이러스” vs “미군이 가져와”…미·중, 코로나19 신경전 격화

“우한 바이러스” vs “미군이 가져와”…미·중, 코로나19 신경전 격화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0-03-14 12:15
수정 2020-03-14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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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  연합뉴스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
연합뉴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발원을 놓고 미국과 중국 간 신경전이 격화하고 있다.

미국 고위 당국자가 ‘중국 바이러스’, ‘우한 바이러스’라고 발언해 중국이 발끈한 가운데,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근거도 없이 “미군이 코로나19를 가져왔을 수 있다”는 주장을 트위터에 올려 파문이 일었다.

미국, ‘미군 발원설’ 주장에 중국대사 초치해 항의미국은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코로나19 바이러스 미군 발원설’ 주장을 트위터에 올린 것과 관련해 주미 중국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13일(현지시간) 추이톈카이 주미 중국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밤 트위터 계정에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도 않은 채 “미군이 중국 우한에 코로나19를 가져온 것일 수 있다”는 글을 올렸다가 논란이 됐다.

로이터통신은 이름을 밝히지 않은 국무부 당국자의 발언을 인용해 스틸웰 차관보가 중국 측에 “엄중히 항의”했으며, 추이 대사는 “매우 방어적”이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미군이 우한에 전염병을 가져왔을 수 있다’고 주장한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트윗.  자오리젠 트위터
‘미군이 우한에 전염병을 가져왔을 수 있다’고 주장한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트윗.
자오리젠 트위터
한 국무부 관계자는 “중국이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을 가져왔고, 이를 세상에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비판을 모면하려 하고 있다”면서 “중국 국민과 세계의 이익을 위해 음모론을 퍼뜨리는 일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앨리사 파라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트위터에 “중국 공산당이 미군을 비난하며 코로나19 발원지와 관련한 터무니없고 사실이 아닌 음모론을 퍼트리고 있다”는 글을 ‘중국선전’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올렸다.

미국과 관련한 음모론이 아니더라도 중국은 코로나19가 중국에서 발원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에 비상사태를 선포한 기자회견을 마친 후 취재진과 만나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문제의 발언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이야기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를 ‘외국에서 온 바이러스’(foreign virus)라고 부르며 “그들은 이 바이러스가 어디에서 왔는지 알 것이고, 우리 모두 이 바이러스가 어디에서 왔는지 알고 있다”면서 간접적으로 중국이 코로나19 발원지임을 암시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한 중국과 이란 정부의 정보 통제 문제를 제기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2020.3.9  로이터 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한 중국과 이란 정부의 정보 통제 문제를 제기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2020.3.9
로이터 연합뉴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언론 인터뷰에서 ‘우한 바이러스’라는 표현을 쓰며 중국이 코로나19 대응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해왔고 트럼프 대통령도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왔다고 발언한 바 있다.

중국 “코로나19 중국 발원설 사실 아니다” 주장중국 외교부의 또 다른 대변인인 화춘잉도 전날 트위터에서 “미국에서 독감으로 진단받았던 일부 사례는 실제로는 코로나19였다”면서 “이 병을 ‘중국 코로나바이러스’라고 부르는 것은 전적으로 틀렸으며 부적절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코로나19 발원 책임 떠넘기기는 중국 최고의 호흡기 질병 권위자로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도 신망이 두터운 ‘사스 영웅’ 중난산 중국공정원 원사가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가 중국에서 가장 먼저 출현했지만, 꼭 중국에서 발원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한 발언에서 시작됐다. 그는 당시 “먼저 중국만 고려하고 외국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는데 현재 외국에 일련의 상황이 발생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후 글로벌타임스 같은 관영 언론은 중난산 원사의 주장을 대대적으로 선전했으며 독감 환자가 대거 발생한 미국이 발원지일 수 있다는 논조까지 펴기 시작했다.

그는 며칠 뒤에는 중국이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에 사과해야 한다는 ‘중국 사과론’도 일축했다.

중국 일부 매체는 오히려 중국이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막대한 희생을 치렀으며 다른 나라들은 시간을 벌었다며 ‘세계가 중국에 감사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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