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가파른 확산세에 사업장 폐쇄·주민 자택대피 속출활동마비에 세계경제 후퇴…사태극복 후 자본주의 변형 전망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의 확산으로 전국 이동제한령이 발효된 첫날인 지난 1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관광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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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들쑤시자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각국 정부의 초강수가 점점 강화되고 있다.
국경봉쇄에도 확산세가 잡히지 않자 준(俊) 전시상황을 선포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조치도 마다하지 않는 형국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이 이날까지 집계한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38만1천499명, 사망자는 1만6천557명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확진자가 10만명이 될 때까지 67일이 걸렸으나 20만명에서 30만명까지 느는 데는 나흘만 걸렸다.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무서운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어 봉쇄와 격리 조치는 하염없이 추가되고 있다.
사람을 칩거하게 하는 이동제한 조치 때문에 글로벌 경제를 두고는 파탄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전례 없는 충격이 휩쓸고 지나갈 것이라는 예상을 고려할 때 코로나19를 극복하더라도 세계가 크게 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지구촌 78억명 중 15억명에 ‘집에 있으라’ 족쇄
현재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는 이탈리아는 중국을 제외한 국가 중에서는 가장 처음으로 이동제한령을 내렸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달 초만 해도 롬바르디아주 등 상황이 심각한 북부지방에만 이동제한령을 발령했었으나 10일 전국으로 확대했고 조만간 기간을 연장할 계획이다.
스페인은 14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며 생필품과 의약품 구매, 출퇴근 목적 등을 제외하고는 자택에 머물 것을 주문했다.
오스트리아는 16일부터 공공장소를 폐쇄하는 한편 국민에게 자가격리를 권고했고, 프랑스는 17일부터 보름간 이동금지령을 내렸다.
영국도 23일 생필품 구매를 위한 쇼핑, 운동, 치료, 필수적 업무를 위한 출퇴근 외에는 반드시 집에 머물도록 했다.
인도는 31일까지 뉴델리를 비롯해 전국 80여개 지역을, 파키스탄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르는 신드주 전체를 봉쇄하는 등 남아시아 국가들도 통행 제한에 동참했다.
동남아시아에서도 말레이시아는 경찰은 물론이거니와 군병력까지 동원해 이동 제한에 나섰다.
모로코와 뉴질랜드도 잇달아 이동제한령과 봉쇄령을 내리면서 아프리카, 오세아니아에서도 당분간 국민의 발을 묶어놓기로 한 국가들이 나왔다.
레바논과 요르단 등 중동 각국도 사람이 모이지 않도록 대중 시설을 폐쇄하고 강력한 이동 금지령을 내렸다.
경계심을 잔뜩 높인 여타 국가들과 달리 중국은 코로나19 확산이 주춤하면서 점차 이동제한 완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23일 시내교통 통제와 함께 외출 금지령이 내려진 중국 우한(武漢) 당국은 집 밖으로 나와 주거단지 인근을 돌아다니는 것을 허용했다.
중국 동부 장시(江西)성은 전날 사람과 물자의 이동을 통제했던 모든 조치를 철폐한다고 밝혔고,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던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시는 환기가 잘 이뤄지는 장소나 인파가 몰리지 않는 곳에서는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고 했다.
◇ 경제충격 오래갈 듯…글로벌 공급망·자본주의 격변 예고
AP통신은 78억명에 육박하는 전 세계 인구의 5분의 1에 달하는 15억명에게 “집 안에 머물라”는 권고와 명령이 내려졌다고 추산했다.
이처럼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사람들의 발이 묶인 것은 제1차, 제2차 세계대전 등 전시에도 전례를 찾아보기 드문 일이다.
선진국, 신흥국, 저개발국을 망라하고 코로나19 확산과 지역 봉쇄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점점 커지고 있다.
공장이 멈추는 데다가 주민들의 자택격리로 소비까지 크게 위축되면서 경제활동이 전방위로 마비되고 있다.
유럽의 주요 자동차 기업들은 지난주부터 짧게는 2주부터 길게는 무기한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제너럴 모터스(GM)와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FCA) 등 미국 자동차 3사도 미국 공장 가동을 잠정적으로 멈췄다.
인도 정부가 지역봉쇄에 나서면서 삼성전자, LG전자, 현대·기아차 등 인도에 진출한 한국 기업 주요 공장도 속속 문을 닫기로 했다.
특별한 이유 없는 외출을 금지하고, 식료품 가게 등을 제외한 일반 상점 폐쇄를 권고하면서 요식업, 숙박업, 운수업, 유통업 등에 종사하는 자영업들은 글로벌 대기업보다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일으킨 경제적 충격파는 상당히 오랜 기간에 걸쳐 세계 각국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이들은 현재 글로벌 경제 체제가 갖고 있는 취약성에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변화를 예고하기도 했다.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은 미국 CN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우리의 일상과 경제활동이 금방 정상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OECD는 이달 초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세계 성장률이 1.5%에 그칠 수 있다고 전망했으나, 언제 끝날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현 상황으로 미뤄봤을 때 지나치게 낙관적인 수치일 수 있다고 CNBC는 지적했다.
세계 주요 금융사 450곳 이상이 가입한 국제금융협회(IIF)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1.5%로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IIF는 “폐쇄 조치가 얼마나 오래갈지 현재로선 불분명하다”며 “충격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조치가 해제된 뒤 소비와 투자가 빨리 반등할지 여부도 불확실하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물러가더라도 세계에 큰 변화가 예고됐다는 진단도 나왔다.
미국외교협회(CFR) 섀넌 오닐 선임연구원은 포린폴리시 인터뷰에서 코로나19으로 각 기업이 구축해놓은 다단계, 다국적 공급망이 망가졌다며 ‘세계 제조업체의 기본 원칙’이 코로나19 이후에 새로 재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리 개럿 전 CFR 세계보건문제 선임연구원도 코로나19 여파로 세계 공급망과 유통망이 외부 충격에 얼마나 취약한지 확인할 수 있었다며 자본주의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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