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모범’ 싱가포르, 동남아 최다 확진자 된 이유

‘방역 모범’ 싱가포르, 동남아 최다 확진자 된 이유

김채현 기자
김채현 기자
입력 2020-04-20 11:48
업데이트 2020-04-20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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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의 코로나19 확산에 온상으로 지목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16일(현지시간) 코크레인 로지 2 기숙사 계단 등에서 카메라에 포착됐다. 싱가포르 로이터 연합뉴스
싱가포르의 코로나19 확산에 온상으로 지목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16일(현지시간) 코크레인 로지 2 기숙사 계단 등에서 카메라에 포착됐다.
싱가포르 로이터 연합뉴스
‘방역 모범’ 싱가포르 확진자 6000명 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모범국으로 평가받던 싱가포르가 20일 동남아시아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국가로 전락했다. 외국인 이주노동자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보건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일간 스트레이츠 타임스 등 싱가포르 현지 언론에 따르면 19일 싱가포르 보건부는 코로나19에 596명이 새로 감염돼 누적 확진자가 6588명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11개 동남아시아 국가 가운데 가장 많은 숫자다. 싱가포르는 어쩌다 확진자 최다국가가 됐을까.

싱가포르에서는 전날 942명이 신규로 확진 판정을 받아 일일 최다를 기록했고, 지난 16일과 17일에도 각각 447명과 728명이 새로 감염된 것으로 집계되는 등 확산이 가파른 추세다. 이에 지난 12일까지 2532명이었던 누적 확진자가 불과 1주일 만에 2.6배로 증가했다.

싱가포르 보건 당국은 이날 신규 확진자의 대다수가 기숙사에 거주하는 이주노동자들이라고 밝혔다. 싱가포르에서는 20만 명 이상의 이주노동자들이 기숙사 43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인권단체가 오랫동안 좁은 공간과 비위생적 환경 문제 등을 제기했던 곳이다.

리셴룽 총리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주노동자 기숙사 내 감염 사슬을 끊으려고 노력 중이지만 결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당분간은 더 많은 기숙사 이주노동자 감염 사례를 볼 것으로 예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성급한 개학과 안일한 대응…“건강하면 마스크 쓸 필요 없어”
싱가포르는 휴교 또는 개학 연기라는 세계적인 추세와 달리 지난달 23일 예정대로 학교 문을 열었다.

그러나 등교 개학 이틀 만에 한 유치원에서 20명가량이 집단 감염되자 며칠 뒤 ‘매주 한 차례 재택수업’으로 한발 물러섰다가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하자 이달 3일 아예 재택수업으로 전환했다.

마스크 착용에 대한 당국의 안일한 대응도 문제였다. 싱가포르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초기만 해도 “건강한 사람은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감염 확산을 막는 데에는 악재로 작용했다. 누적 확진자가 1000명을 초과한 이달 2일에야 뒤늦게 국민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장했다. 누적 확진자가 3000명을 초과한 지난 14일에 장소를 불문하고 모든 국민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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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대비 싱가포르 쇼핑몰 스캐너
코로나 대비 싱가포르 쇼핑몰 스캐너 로이터=연합뉴스
책상 양옆으로 떨어져 앉아 수업을 받는 싱가포르 초등학생들.  옹 예 쿵 교육부장관 페이스북
책상 양옆으로 떨어져 앉아 수업을 받는 싱가포르 초등학생들.
옹 예 쿵 교육부장관 페이스북
“우리나라도 조심” 방심하면 재확산 시작 우려
20일 정부는 전날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 기간을 5월 5일까지 연장하고 국민 피로도와 경제 영향 등을 고려해 종교·유흥·실내체육시설·학원에 대한 운영중단 권고를 해제하기로 한 바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정부의 이런 조치에 대해 “실외활동과 필수적인 자격시험 등을 제한적으로 허용해 국민 생활 편의를 높이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정 국무총리는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내달 5일까지 이어가되 강도를 다소 낮추기로 한 것과 관련해 “제한이 완화됨에 따라 위험을 낮추기 위한 세심한 방역 조치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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