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트’ 청년들·소녀 사망…UN 인권최고대표 “차별 근절해야”
상위 계급 여성과 결혼을 넘봤다는 이유로 네팔의 ‘불가촉천민’ 달리트(Dalit) 청년과 친구 등 모두 6명이 마을 사람들에게 쫓겨 강에 빠져 숨졌다.같은 날 네팔의 또 다른 지역에서는 달리트 계급 소녀가 상위 계급 남성에게 강간당해 결혼한 뒤 숨진 채 발견됐다.
30일 카트만두포스트와 외신들에 따르면 지난 23일 네팔 중서부 서루쿰의 달리트 계급 21세 청년이 상위 계급 소녀와 결혼하려고 여자친구가 사는 마을에 갔다가 성난 주민들에게 쫓겼다.
달리트 계급 청년과 친구 10여명은 칼과 몽둥이를 든 마을 주민들에게 떠밀려 강으로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물에 빠져 숨진 6명 가운데 5명의 시신이 수습됐고, 나머지 1명의 시신은 아직 찾지 못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에 가담한 마을 주민 등 20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다.
또, 네팔 남부 루판데히에서는 달리트 계층의 12세 소녀가 자신을 성폭행한 상위 계급 남성과 강제로 결혼한 지 하루 만에 마을 나무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소녀의 가족은 살해 사건이라고 주장했고, 경찰 초동 수사에서도 강간·살해당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들 두 사건과 관련해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전날 성명을 통해 “카스트제도에 기반한 차별은 네팔뿐 아니라 여러 나라에 퍼져있다”며 “네팔은 사회에 미치는 차별을 근절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차단을 위한 봉쇄 상황 속에서 카스트 제도에 기반한 집단 강간, 살인, 납치, 강제낙태 사건도 발생하고 있다”고 주목했다.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도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은 달리트가 네팔에서 겪고 있는 끔찍한 차별과 폭력을 보여준다”며 진상 규명을 네팔 정부에 요구했다.
네팔 의회는 내무부에 철저한 조사를 명령했다.
네팔은 1960년대에 힌두교 카스트제도를 폐지했으나, 여전히 인구의 13%가 최하위 계급 달리트에 속해 각종 차별을 받고 있다.
카스트제도는 브라만(성직자), 크샤트리아(군인), 바이샤(평민), 수드라(천민), 달리트(불가촉천민)로 크게 구분된다.
달리트 계급은 공동 우물 사용이나 사원 방문, 상위 계급과 결혼 등이 금지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