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경찰력, 사상 최고 수준으로 강화돼
홍콩서 열린 톈안먼 민주화 시위 추모 집회
지난 4일 저녁 홍콩의 빅토리아 공원에서 중국의 6.4 톈안먼 민주화 시위 31주년을 맞아 열린 추모 집회에 ‘촛불 밝혀 항쟁하자. 추모는 힘이 된다’는 뜻의 손팻말이 놓여있다. 2020.6.5 연합뉴스
인권단체 “남용하면 ‘경찰사회’로 전락”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강행하면서 홍콩 내 범민주 진영에 대한 전면적 무력화에 나선 가운데 홍콩의 경찰력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홍콩 의회가 전날 승인한 2020~2021년도 예산안에는 경찰 정원을 기존보다 7% 늘려 3만 8000여명까지 증가시키는 경찰력 강화 방안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홍콩의 인구 10만명 대비 경찰 수는 내년 442명에 달해 최근 20년 동안 최고치를 기록하게 됐다.
홍콩의 인구 대비 경찰 수는 지난 2002년 428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점차 줄어들어 2007년 이후 400명 밑으로 떨어졌지만, 2014년 대규모 민주화 시위 ‘우산 혁명’ 이후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경찰 운영 예산도 전년도보다 무려 24.7%나 늘어 219억 홍콩달러(약 3조 4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61억 홍콩달러(약 9400억원)는 소총, 최루탄, 방패 등 시위 대응 장비를 구매하는 데 쓰이게 된다. 이는 전년도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톈안먼 추모 촛불집회에 모여드는 홍콩 시민들
홍콩 시민들이 텐안먼 시위 유혈 진압 31주년을 맞아 4일 시위 희생자를 추모하는 촛불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출입이 금지된 시내의 빅토리아 공원으로 모여들고 있다. 2020-06-04 코즈웨이베이 AP 연합뉴스
지난해 11월까지 홍콩 경찰은 평화 행진이 다 끝난 후 화염병, 돌 등을 던지는 시위대의 과격 행위가 도심 곳곳으로 확산하고 나서야 본격적인 진압에 나서는 방어적인 시위 진압 방식을 채택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19일 강경파인 크리스 탕이 홍콩 경찰 총수인 경무처장에 임명된 후 홍콩 경찰은 폭력 행위나 불법 시위가 발생하자마자 시위 진압에 나서는 강경하고 적극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런 선제 진압 방식을 채택한 결과 지난달 27일 도심 시위 때는 시위대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경찰이 전면적인 시위대 체포에 나서 무려 360여명을 순식간에 체포하기도 했다.
이러한 경찰의 공격적 전략이 최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홍콩보안법 강행에도 불구하고 홍콩 내에서 홍콩보안법 반대 시위 등이 적극적으로 벌어지지 않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홍콩 인권단체 민권관찰은 “홍콩의 경찰력은 아시아뿐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이를 감시할 제도는 갖춰져 있지 않다. 정부가 경찰을 동원해 반대 목소리를 억누른다면 홍콩은 ‘경찰 사회’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국가모독 금지법 표결에 항의하는 홍콩 범민주진영 의원들
홍콩 입법회(의회)의 범민주진영 의원들이 4일 중국 국가 모독 금지법 표결을 둘러싸고 항의하고 있다. 이 법안은 범민주진영 의원들의 표결 저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통과됐다. 2020-06-04 홍콩 AP 연합뉴스
이에 따르면 영국계 금융기관인 HSBC와 스탠더드차터드(SC)에는 최근 홍콩주민의 해외 계좌 개설 문의가 25~30% 증가했다. 이들이 계좌를 개설하고 싶어 하는 주요 나라로는 싱가포르, 영국, 호주, 대만 등이 꼽힌다.
1일 중국 홍콩의 빅토리아 하버가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에서 구룡과 홍콩 섬의 마천루가 위용을 뽐내고 있다.
홍콩 EPA 연합뉴스
홍콩 EPA 연합뉴스
해외 계좌 개설 문의 증가는 홍콩에서 자본이 이탈할 우려를 더욱 키운다고 로이터통신은 평가했다.
다만 해외 계좌 개설에 최소한 한 달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홍콩에 영업점을 둔 글로벌 은행 중 최근 2주간 자금이 대량 이탈한 곳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톈안먼 시위 희생자 추모 집회 하는 홍콩 시민들
지난 4일 저녁 홍콩의 빅토리아 공원에서 홍콩 시민들의 중국의 6.4 톈안먼 민주화 시위 31주년 추모 집회를 하고 있다. 2020.6.5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