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 외연 확장 잡음… 중러 “회원 확대” 인도·브라질 “신중”

브릭스 외연 확장 잡음… 중러 “회원 확대” 인도·브라질 “신중”

최영권 기자
최영권 기자
입력 2023-08-24 02:25
수정 2023-08-24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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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의 대면회의 미묘한 신경전

시진핑 “20개국 가입 요청 기뻐”
푸틴 “세계 다수 염원 협력 강화”

모디 “가입 합의 통해야” 온도 차
룰라 “美·G7에 맞서는 거 아니다”

공동 통화 의제 여부도 불협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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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왼쪽부터) 브라질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라카공화국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22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샌턴 컨벤션센터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요하네스버그 로이터 연합뉴스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왼쪽부터) 브라질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라카공화국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22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샌턴 컨벤션센터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요하네스버그 로이터 연합뉴스
4년 만에 얼굴을 맞댄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중국,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 브라질 정상이 회원국 확대를 놓고 첫날부터 뚜렷한 온도 차를 드러냈다. 22일(현지시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샌턴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는 24일까지 이어진다.

미중 패권 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국과의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는 브릭스 회원국 확대를 꾀하고 있다. 남아공 정부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23개국이 브릭스 공식 가입을 요청했고 12개국 이상은 대표단을 파견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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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왕원타오 상무부장이 대독한 비즈니스포럼 개막식 연설에서 “어떤 나라는 패권적 지위를 잃지 않기 위해 신흥시장국과 개발도상국을 압박하고 있다”며 “군사동맹을 끊임없이 확대해 다른 나라의 안보를 위협하면 필연적인 안보 딜레마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쿼드, 오커스, 한미일 정상회의 등으로 전방위적으로 중국 압박에 나선 미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20개 이상의 국가가 브릭스 문을 두드리고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면서 “더 많은 국가가 브릭스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1일 남아공에 도착한 시 주석이 개막식에 불참한 것을 두고 ‘건강 이상설’ 등 여러 루머가 퍼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고위 지도자는 몇 개월 전부터 완벽하게 계획된 행사에 웬만해선 펑크를 내지 않는다”며 “이례적인 것 그 이상의 절제된 표현”이라고 했다. 브릭스 회원국 확대를 둘러싼 의견 차이에 시 주석이 개막식 불참으로 불만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앞서 열린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브릭스 회원국 확대에 중국과 비슷한 뜻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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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범죄 혐의로 국제 체포영장이 발부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브릭스 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했다. 요하네스버그 AP 연합뉴스
전쟁범죄 혐의로 국제 체포영장이 발부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브릭스 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했다.
요하네스버그 A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화상 연설을 통해 브릭스를 세계 다수의 염원에 부응하는 기구라고 평가하고, 브릭스 틀 안에서 식량 및 에너지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17분간의 연설에서 “우리 경제 관계의 객관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탈달러화 과정이 탄력을 받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제재를 비난했다.

인도와 브라질은 브릭스가 미국이나 주요 7개국(G7)의 대항마가 아니라고 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G7, G20 또는 미국에 대항하는 존재가 되고 싶지 않다”며 미국과 경쟁 체제를 구축하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룰라 대통령은 브릭스를 “자체적인 조직체”라고 설명하며 서방 중심의 국제질서에 대항하기 위해 연대를 꾀하는 중국, 러시아에 반대 입장을 보였다.

‘세계의 공장’ 자리를 두고 중국을 바짝 추격 중인 인도는 새로운 회원국을 결정할 때 회원국 간의 합의가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브릭스 회원국 수 확대를 전적으로 지지한다”면서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동의에 기반한 진전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또 복원력 있고 통합적인 공급망 형성을 회원국들에 촉구하며 중국 의존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경고했다.

미국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브릭스 회원국 간 통화 사용 비율을 늘리는 것도 정상회의 의제에 포함됐다. 하지만 남아공 측은 달러 의존을 낮추기 위한 브릭스 공동 통화에 대한 논의는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2023-08-24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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