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의 ‘워싱턴 때리기’…오바마와도 거리두나

힐러리의 ‘워싱턴 때리기’…오바마와도 거리두나

입력 2013-11-02 00:00
업데이트 2013-11-02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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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변화’ 외치며 오바마와 ‘차별화’ 시도 가능성

“워싱턴(정치권)의 분열정치를 끝장내자” 2016년 미국 대선의 민주당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요즘 꺼내든 화두다.

정치 지도자들이 중산층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과 같은 민생문제 해결에 힘을 쏟기보다는 대립과 반목의 정쟁에만 골몰하면서 나라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메시지다.

지난 19일(현지시간) 5년만에 정치무대에 컴백한 클린턴 전 장관의 일성이 바로 ‘워싱턴의 변화’였다. 정치적 동지인 테리 맥컬리프 민주당 버지니아 주지사 후보를 지지하는 여성유권자들을 상대로 “정치인들이 공통분모를 찾기보다는 상대당을 초토화하는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지난 23일 미국진보센터 만찬에서는 워싱턴의 정치를 ‘위기에서 위기로 치닫는 정치’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클린턴 전 장관은 “계획을 짜고 사람들을 모아 상식적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이 위기에서 저 위기로 그저 위태롭게 달려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이나 국가디폴트 위기와 같은 국정마비 상황이 ‘일상화’되고 있다는 비판론이다.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적극 거들고 있다. 대결과 분열의 정치 대신 초당파적인 타협과 공감의 정치를 끌어내자는 메시지를 연일 쏟아내고 있다.

지난주 버지니아주에서 맥컬리프 후보를 위해 지원유세를 하는 과정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은 “건국 아버지들은 정치인들이 협상을 통해 실용주의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기를 원할 것”이라며 “헌법을 한번 읽어보라. 아마도 ‘협상하자’는 부제를 다는 편이 더 좋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워싱턴에는 초당파적인 인사들이 더 많아야 한다”며 “맥컬리프 후보를 ‘거간꾼’이라고 비아냥하는 소리도 있지만 그런 사람이 한 명이라도 워싱턴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목할 대목은 이 같은 비판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있는 점이다. 일단 상대당인 공화당을 조준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국정운영의 총체적 책임을 지고 있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사실상 함께 겨냥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워싱턴 정가에서 대두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일 “공개적으로는 16일 동안 셧다운과 국가부채 위기를 야기한 공화당 의원들을 겨냥하고 있으나 워싱턴을 변화시키는 데 실패한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암묵적 비판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물론 클린턴 전 장관이 오바마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거나 그의 리더십을 드러내놓고 비판한 적은 없다. 그러나 클린턴 부부가 제기하는 비판들은 오바마 대통령을 공격하는 공화당의 논리와 유사성을 띠고 있다는 분석이다.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들을 무시하면서 ‘타협의 정치’를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는 아직 구체화하지 않았으나 향후 대선전략을 염두에 둔 포석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정이 늘 불안하고 지지율이 저조한 현재의 오바마 대통령과 거리를 두거나 경우에 따라 각을 세우는게 필요하다는 일종의 ‘차별화’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클린턴 전 장관의 지지율이 동반하락하는 경향도 이 같은 전략구사의 필요성을 높여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NBC와 월스트리트저널(WSJ)가 30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역대 최저치인 42%로 떨어졌고 클린턴 전 장관의 지지율도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46%에 그쳤다. 유권자들이 두 사람을 ‘한 묶음’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흥미로운 대목은 ‘워싱턴을 바꿔라’라는 슬로건이 지난 2008년 오바마 대통령이 당내 경선후보였던 클린턴 전 장관을 상대로 써먹었던 화두라는 점이다. 당시 클린턴 전 장관은 “오바마 후보가 너무 순진하다”며 이를 무시하는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지금 와서는 역설적으로 클린턴 전 장관이 사실상 공화당과 오바마 대통령을 싸잡아 비판하면서 워싱턴의 개혁을 촉구하고 있는 셈이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지난 20년간 워싱턴 정치의 중앙무대에 서 있던 클린턴 부부가 개혁의 기치를 드는 모양새가 다소 어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클린턴 행정부 시기는 미국 역사상 정쟁이 매우 극심했던 시기로 평가된다.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과의 갈등 속에서 두차례나 셧다운이 있었고 르윈스키 스캔들로 탄핵위기 정국이 초래되기도 했다.

민주당의 간판으로 차기 도전을 저울질 중인 클린턴 전 장관으로서는 정치적으로 ‘변화’와 ‘초당파’만을 강조하기가 쉽지 않다. ‘산토끼’(중도층)를 잡다가 ‘집토끼’(전통적 지지층)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클린턴 전 장관은 2008년 대선 경선 때 ‘이라크전쟁 찬성’ 전력으로 인해 민주당 핵심지지층으로부터 외면을 받았다는 게 정설이다.

이런 탓인지 최근 들어 클린턴 전 장관은 소수인종 투표 우대, 동성결혼, 여성권익 강화 등 민주당의 핵심가치와 관련한 어젠다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최근 ‘원칙 있는 타협’(principled compromise)이라는 조어를 만들어낸 것은 중도층과 핵심지지층을 동시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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