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동영상 캡쳐
해리 던은 지난 8월 27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노샘프턴셔주의 영국왕실공군 크러프턴 기지 근처에서 모터사이클을 타고 가다 미국 외교관의 부인인 앤 사쿨라스가 운전하던 볼보 승용차와 충돌해 숨졌다. 그 뒤 사쿨라스는 영국 경찰에 당분간 영국을 떠나지 않겠다고 밝힌 뒤 몰래 출국해버려 두 나라 외교에 악재가 됐다. 외교관과 가족에 주어지는 면책 특권을 악용한 것이라고 영국 정부는 강력 반발했고, 외교 경로를 통해 면책 특권을 거두라고 압력을 넣고 있다.
이런 상황에 던의 어머니 샬럿 찰스가 13일 미국으로 향하는 여객기 안에서 BBC와 인터뷰를 갖고 “문제를 최대한 공론화하기 위해 미국으로 가고 있으며 (사쿨라스의) 변호인이 성명(편지)을 통해 약속했듯이 우리는 그녀와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 (엄마끼리) 얼굴을 마주 보거나 변호사끼리 만날 수 있을런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올바른 방향으로 손가락을 마주 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미 외교관 부인이 운전하던 차와 부딪쳐 세상을 떠난 영국의 19세 청년 해리 던.
미국으로 달아난 지 한참 뒤에야 신원이 밝혀진 미 외교관 부인 앤 사쿨라스의 2003년 결혼식 모습.
찰스는 앞서 스카이뉴스 인터뷰를 통해 “미안하다는 말만으로 안된다”고 밝히면서도 두 사람이 만나게 되더라도 자신은 결코 사쿨라스에게 공격적인 태도로 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녀는 편지를 받은 일은 놀라운 일이었으며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편 팀 역시 편지를 받고 “충격을 받았지만 이 일로 뭔가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국 외교부는 사쿨라스가 사고 뒤에 외교 면책 특권을 갖고 있었지만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고 밝혔다. 도미니크 라브 외교부 장관은 던의 가족에게 편지를 보내 영국과 미국 정부가 지금은 사쿨라스의 면책 특권이 부적절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