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전 아버지처럼 지구의 가장 깊은 바닷속 걸어본 켈리 월시

60년 전 아버지처럼 지구의 가장 깊은 바닷속 걸어본 켈리 월시

임병선 기자
입력 2020-06-21 06:26
수정 2020-06-21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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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베스코보(왼쪽)와 켈리 월시가 20일(현지시간) 찍어 올린 셀피 사진이다. 빅터 베스코보 제공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빅터 베스코보(왼쪽)와 켈리 월시가 20일(현지시간) 찍어 올린 셀피 사진이다.
빅터 베스코보 제공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두 사람이 마리아나 해구 탐사에 이용한 잠수정 DSV 리미팅 팩터가 모선에서 끌어올려지고 있다.무게만 12톤 나간다. BBC 홈페이지 캡처
두 사람이 마리아나 해구 탐사에 이용한 잠수정 DSV 리미팅 팩터가 모선에서 끌어올려지고 있다.무게만 12톤 나간다.
BBC 홈페이지 캡처
60년 전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아들은 지구에서 가장 깊은 바닷속 바닥을 걸어 본 열두 번째 인물이 됐다.

위대한 해양 탐험가 돈 월시의 아들 켈리(52)가 20일(이하 현지시간) 남태평양 마리아나 해구의 수심 1만 925m 지점에 4시간 동안 머물렀다. 전체 잠수 시간은 무려 12시간이었다. 해양 탐사계에는 아폴로 우주선에 실려 달에 가 표면을 걸어본 사람보다 지구의 가장 깊은 바닷속을 다녀온 이들이 적다는 얘기가 전해졌는데 이제는 그 수가 열두 명으로 똑같아졌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켈리는 물 밖으로 떠오른 뒤 “대단히 감동적인 여정”이었다고 돌아봤다.

아들이 아버지의 업적을 60년 만에 되밟아 본 것은 미국 텍사스주 출신 금융가이며 모험가인 빅터 베스코보가 펼치고 있는 ‘챌린저 딥’ 프로젝트 덕이다. 아버지 돈은 1960년 1월 23일 스위스 탐험가 자크 피카르와 함께 욕조 모양 잠수정 ‘트리에스테’로 잠수한 뒤 피카르에게 세계 첫 타이틀 을 양보하고 두 번째 영예에 만족했다. 2012년 캐나다 영화감독 제임스 캐머런이 딥시 챌린저 HOV를 이용해 51년 넘게 끊겼던 탐험 행렬을 이었고, 지난해 베스코보를 시작으로 패트릭 라헤이(캐나다), 조너선 스트레웨(독일), 존 람지, 앨런 재미슨(시레나 딥 이상 영국), 지난 7일 미항공우주국(NASA) 전직 우주인이자 여성 최초인 캐스린 설리번, 11일 미국과 영국 산악인 바네사 오브라이언, 14일 존 로스트(미국)에 이어 이날 켈리가 열두 번째 역사를 써내려간 것이다.

이 심해 탐험은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해발 고도 8848m)를 바닷속으로 뒤집어 세워도 그곳에서 2㎞를 더 내려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곳의 수압은 1억 파스칼로 측정되는데 가로 2.54㎝에 세로 2.54㎝의 정사각형에 1만 6000 파운드의 충격이 가해진다는 의미다. 60년 동안 기술이 진보해 더 안전해졌지만 베스코보는 자신의 첫 탐사 이후 일곱 차례 모두 동행해 훨씬 자신감을 갖게 됐다.
60년 전 잠수정 트리에스테를 타고 인류 최초로 바닷속 1만m 아래를 내려가 본 자크 피카르(오른쪽 사진 위)와 켈리 월시의 아버지 돈 월시.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60년 전 잠수정 트리에스테를 타고 인류 최초로 바닷속 1만m 아래를 내려가 본 자크 피카르(오른쪽 사진 위)와 켈리 월시의 아버지 돈 월시.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베스코보와 켈리는 이른바 “서쪽 풀”에서 4시간을 함께 보냈는데 이곳은 켈리의 아버지 돈과 피카르가 찾았던 바로 그곳이었다. 그 지점을 다시 찾은 것은 베스코보와 켈리 뿐이었다. 해양생물학자인 재미슨 박사는 베스코보와 함께 조금 더 얕은, 챌린저 딥 동쪽에 1만 700m의 시레나 딥을 찾았다.

재미슨 박사는 “사람들은 1960년대와 70년대 인류가 달에 갈 때 왜 바다 탐험가들은 그런 기회를 잡으려 하지 않았는지를 묻곤 한다. 그 때도 돈 월시는 마리아나 해구의 바닥에 갔고, 그 몇십 년 동안 우리는 더 이상 가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다시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와 올해 베스코보가 마리아나 해구 탐사에 동원했던 잠수정 DSV 리미팅 팩터는 수심 1만 500m로 마리아나와 통가 해구에 이어 세 번째로 깊은 필리핀 해구로 옮겨가 탐사를 계속할 계획이다. 영국 사우샘프턴 대학의 존 코플리 박사에 따르면 이곳은 해양 탐사의 굉장한 전기를 제공한 곳이다. 1951년 덴마크의 갈라티아 탐험대가 수심 10㎞ 아래에서 사는 동물들을 그물망으로 잡은 일이 있어서다. 이 일로 그 깊이 아래에서도 인간이 얼마간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이 증명돼 심해 탐사의 전기가 만들어졌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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