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미국 방탄소년단 팬들은 트럼프 선거유세를 방해했나

왜 미국 방탄소년단 팬들은 트럼프 선거유세를 방해했나

윤창수 기자
윤창수 기자
입력 2020-06-23 19:19
수정 2020-06-23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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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이며 소셜미디어에 능숙한 케이팝팬, 정치 세력으로 부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일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 선거유세를 하고 있는 도중 객석의 3분의 2가 비어있다. 이날 객석은 한국 가요팬들이 조직적으로 입장권을 예약했다가 취소하는 바람에 빈 상태가 됐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일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 선거유세를 하고 있는 도중 객석의 3분의 2가 비어있다. 이날 객석은 한국 가요팬들이 조직적으로 입장권을 예약했다가 취소하는 바람에 빈 상태가 됐다. 연합뉴스.
아미로 불리는 방탄소년단(BTS)의 팬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유세를 방해하고 흑인 인권운동을 지지하면서 미국의 새로운 정치적 세력으로 떠올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3일 한국 음악팬들이 지난 주말 트럼프 대통령이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 연 선거 유세의 입장권을 등록했다가 취소했다고 전했다.

애초 100만명이 입장권을 등록한 선거 유세에는 트위터와 중국 동영상 사이트 틱톡(더우인)을 동원한 케이팝 팬들의 조직적인 취소로 약 1만 9000명이 입장하는데 그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3분 2가량이 빈 좌석을 앞에 두고 선거 연설을 해야만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캠프 측은 급진적인 시위꾼들 때문에 유세장이 비었다고 비난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10~30대인 젊은 층을 ‘주머(Zoomer)’라 부르며 케이팝 팬들이 정의 실현에 기여했다고 칭찬했다. 주머는 미국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생)를 가리키는 부머(Boomer)의 반대되는 말이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유세 방해로 케이팝팬들이 정치적 세력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고 SCMP는 진단했다. 워싱턴에서 사는 21살의 흑인 아디즈 아그바코바는 “방탄소년단 팬들은 대학생이거나 투표권이 있는 노동자로 정치적 사안과 뉴스에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정치적으로 진보적인 성향인 이유는 트럼프로 대변되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책임 회피에 진절머리가 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케이팝 팬들은 전세계에 분포해 있는데다 젊고, 인터넷 소셜미디어 사용에 뛰어나며 트럼프의 차별적 메시지를 혐오한다.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에 분노한 박재범 인스타그램 캡처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에 분노한 박재범 인스타그램 캡처
이달 초 방탄소년단과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미국의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캠페인에 100만 달러를 기부했으며, 인종차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케이팝 팬들은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에 항의해 달라스 경찰이 사용하던 애플리케이션에 방탄소년단 영상을 잔뜩 올리기도 했다. 이 애플리케이션은 범죄 의혹을 신고하는 데 사용됐었다.

미국 흑인음악의 영향을 많이 받은 한국 가요계에서도 박재범이 조지 플로이드 추모 기금에 기부하고, 씨엘도 기부와 함께 흑인 인권 운동에 참여하는 등 많은 유명인들이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동참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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