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 1년 만에… 볼리비아 ‘좌파 거두’ 모랄레스 귀환

망명 1년 만에… 볼리비아 ‘좌파 거두’ 모랄레스 귀환

이기철 기자
이기철 기자
입력 2020-11-10 17:46
업데이트 2020-11-11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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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세 행정부 출범 하루 만에 귀국
現대통령에 출마 권유한 정치적 멘토
모랄레스 “정치 개입 안 할 것” 천명
일각선 “권력 중독… 정부 움직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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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보 모랄레스(가운데) 전 볼리비아 대통령이 대선 부정 시비로 아르헨티나로 망명한 지 1년여 만인 9일(현지시간) 모국 남부 비야손에 도착해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그의 귀국은 측근인 루이스 아르세 신임 대통령 취임 이튿날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비야손 로이터 연합뉴스
에보 모랄레스(가운데) 전 볼리비아 대통령이 대선 부정 시비로 아르헨티나로 망명한 지 1년여 만인 9일(현지시간) 모국 남부 비야손에 도착해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그의 귀국은 측근인 루이스 아르세 신임 대통령 취임 이튿날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비야손 로이터 연합뉴스
루이스 아르세(56) 볼리비아 대통령 취임 다음날인 9일(현지시간) 그의 ‘정치적 멘토’ 에보 모랄레스(61) 전 대통령이 귀환했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아르헨티나 북부 라콰이카에서 걸어서 다리를 건너 볼리비아 남부 비야손으로 들어왔다. 그에게 망명처를 제공한 좌파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국경까지 나와 배웅했다. 비야손에서 모랄레스는 볼리비아 원주민 정치단체를 상징하는 무지개 색깔의 깃발을 흔들면서 환호하는 지지자들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모랄레스는 “언제가 돌아올 것이라고 믿었으나 이렇게 빨리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상당히 도전적이었다. 모랄레스는 이후 3일간 1120㎞를 차량으로 이동하다 11일 볼리비아의 중심지 차파레에 도착하는 대장정을 한다. 차파레는 그가 코코아 재배농가의 권리를 위해 시민활동을 시작했던 곳이다. 이를 바탕으로 모랄레스는 원주민 최초의 대통령이 됐다.

모랄레스가 망명 12개월 만에 돌아온 것은 지난 8일 출범한 아르세 대통령의 신정부에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아르세는 모랄레스 정부에서 경제장관을 지냈던 경제학자다. 망명 중이던 모랄레스는 아르세에게 출마를 권하고, 그의 선거운동을 지휘했다. 모랄레스는 그의 정부에서 어떤 역할도 하지 않겠다고 공약한 상태다. 아르세는 이날 수도 라파스에서 가진 취임 연설에서 모랄레스를 전혀 언급하지 않고, 볼리비아 경제 문제를 자니네 아녜스 과도정부 탓으로 비판했다. 모랄레스가 차량 대장정을 시작한 날 아르세는 신임 장관 16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귀환한 모랄레스가 현실 정치에서 한발 비켜나 있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볼리비아 정치를 연구하는 조지아대 호르게 데르픽은 차량 대장정과 관련, “모랄레스가 자신이 좌파 사회주의운동당(MAS)의 최고 실력자라는 것을 재확인시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모랄레스는 비야손 도착 연설에서 “우리는 역사를 쓰고 있다”며 “모랄레스가 민주주의를 회복했고, 폭력 없이 조국을 되찾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미국이 지원한 정치 세력에 의해 임기 4번째 대통령이 쫓겨나는 신세가 됐다고 비난하면서 자신은 어떤 부정 선거를 치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모랄레스 정권에서 유엔대사를 지낸 파블로 솔롱은 “모랄레스는 권력에 중독됐다”며 “정부에 참여하지 않아도 중개자와 사회 조직을 이용해 그가 원하는 방향으로 정부를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2020-11-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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