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경매회사 이스트 브리스틀 옥션 하우스가 경매에 붙이기 이틀 전에 공개한 안경 사진. 1920년대와 30년대에 걸쳐 인도 독립운동가 마하트마 간디가 썼던 안경 중의 하나로 추정된다.
이스트 브리스틀 옥션 제공 AFP 연합뉴스
이스트 브리스틀 옥션 제공 AFP 연합뉴스
간디가 1920년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지낼 때 썼던 것으로 추정되는 세 가지 안경 가운데 하나인 것으로 추정되는 이 안경은 21일(이하 현지시간) 늦게 이스트 브리스틀 옥션 하우스가 주관한 온라인 경매 도중 주최측의 예상 낙찰가 1만 5000 파운드(약 2325만원)를 수십 배나 웃도는 가격에 낙찰됐다고 AFP 통신이 22일 전했다.
그런데 경매회사에 안경이 배달된 과정이 흥미로웠다. 삼촌이 남아공에서 영국 석유 직원으로 일하던 1920년대와 30년대 간디로부터 선물받았다는 가문의 얘기를 전해듣고 오랫동안 간직해온 인도의 주인이 그냥 평범한 하얀 편지봉투 안에 안경을 넣어 붙이는 바람에 지난달 31일 밤 경매 회사 마당의 우편함에 꽂혀 주말 내내 방치돼 있다가 지난 3일 아침 직원의 눈에 띈 것이다.
경매사 앤드루 스토는 영국 BBC 인터뷰릍 통해 “우편함 바깥에 절반이 걸쳐진 채였다”며 “직원 가운데 한 명이 내게 봉투를 내밀었는데 열어보니 간디가 썼던 안경이라고 적혀 있었다. 난 흥미로운 얘기라고 생각하며 종일 살펴봤다”고 털어놓았다. 편지에는 심지어 “쓰잘 데 없는 물건이면 그냥 갖다 버리라”는 내용도 있었다. 그런데 스토는 간디가 금테에다 동그란 모양의 렌즈가 달린 안경을 쓴 사진과 대조해 보니 틀림없는 진품이란 확신이 들어 의자에서 떨어질 뻔했다.
이어 인도의 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간디의 진품이 맞는 것 같다며 예상 낙찰가를 말하자 주인이 거의 심장마비에 걸린 것처럼 말을 잇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주인과 스토는 날짜들을 꼼꼼이 따져봤다. 심지어 간디가 안경을 쓰기 시작한 날까지 확인했다. 그랬더니 약시 진단을 받은 간디가 생애 처음으로 맞췄던 안경 가운데 한 짝이었을 것으로 짐작됐다. 간디는 원래 자기 물건이 낡거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남에게 선뜻 건네는 것으로 유명했다.
스토는 간디의 안경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으며 특히 인도에서 그랬는데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붙였는데도 온전하게 배달된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누군가 훔쳐갈 수도, 바닥에 떨어졌을 수도, 아니며 쓰레기통으로 사라졌을 수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