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에베레스트 10차례 산소통 없이 등정한 ‘눈표범’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에베레스트 10차례 산소통 없이 등정한 ‘눈표범’

임병선 기자
입력 2020-09-22 06:44
수정 2020-09-22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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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무이하게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10차례나 산소통 없이 등정한 앙 리타 셰르파(오른쪽)가 지난 2009년 11월 29일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진행된 기자회견 도중 2008년 76세에 올라 에베레스트 최고령 등정 기록을 작성한 민 바하두르 셰르찬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셰르찬의 기록은 2013년 일본인 미우라가 80세에 올라 경신됐다. 로이터 자료사진 연합뉴스
유일무이하게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10차례나 산소통 없이 등정한 앙 리타 셰르파(오른쪽)가 지난 2009년 11월 29일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진행된 기자회견 도중 2008년 76세에 올라 에베레스트 최고령 등정 기록을 작성한 민 바하두르 셰르찬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셰르찬의 기록은 2013년 일본인 미우라가 80세에 올라 경신됐다.
로이터 자료사진 연합뉴스
산소통 없이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해발 고도 8848m)를 10차례나 등정하는 유일무이한 기록을 세운 앙 리타 셰르파가 7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고 영국 BBC가 21일(현지시간) 전했다.

눈표범이란 별명으로 더 유명한 셰르파가 뇌와 간 질환을 앓다 이날 수도 카트만두에서 눈을 감았다고 가족들이 전했다. 고인은 1983년 처음 에베레스트를 오른 다음 1996년까지 10차례 올라 2017년 기네스 월드 레코드에 등재됐다. 이 기록은 지금까지 경신되지 않고 있다. 그는 또 1987년 산소 보조를 받지 않은 채로 처음 겨울 시즌에 에베레스트를 등정하는 기록도 작성했다.

당시 함께 에베레스트를 발 아래 둔 이가 허영호 대장이었다. 1987년 12월 22일 함탁영 대장이 이끄는 등반대에 속한 허 대장은 산소통을 썼고, 셰르파는 산소통을 쓰지 않았다. 남동릉으로 올랐다.

은퇴 뒤에는 히말라야 환경을 보존하고 생물 다양성을 홍보하는 일에 앞장 섰다. 네팔 산악계는 큰 손실을 입었다며 일제히 애도하고 있다. 베테랑 산악인이며 네팔등산협회장을 지낸 앙 체링 셰르파는 “고인은 산에서 눈표범처럼 움직였고 독특한 존재였다”며 “산악계가 그에게 눈표범이란 타이틀을 일종의 영예로서 부여하기로 결정한 것은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네팔 산악인들은 고인이 자신의 경험과 등반 기술을 전수하는 데 열정적이었다고 돌아봤다. 산타 비르 라마 네팔등산협회 현 회장은 “우리의 산악 관광은 그에게 큰 빚을 졌다”고 말했다. 네팔 관광부는 그가 산에 기여한 업적이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의 주검은 카트만두의 한 사원으로 옮겨진 뒤 화장될 예정이다.

티베트인들의 후손인 셰르파 부족은 히말라야 지역에 산재해 다른 나라들에서는 산악 가이드와 같은 의미로 불린다. 지금까지 수천 명이 에베레스트 정상을 올랐지만 산소통 없이 등정하는 일은 여전히 드물다고 방송은 전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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