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위구르 방문 여행객 휴대전화에 ‘감시 앱’ 설치하는 중국

신장위구르 방문 여행객 휴대전화에 ‘감시 앱’ 설치하는 중국

김규환 기자
입력 2019-07-03 14:34
업데이트 2019-07-03 14:34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중국 당국이 신장위구르자치구 방문 관광객 휴대전화에 ‘감시 앱’을 깔아 개인정보를 빼낸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사진은 중국 서북부 신장위구르자치구 허톈의 위구르인 생활중심지인 바자르 국경 검문소에서 주민들이 국경을 통과하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허톈 AP 연합뉴스
중국 당국이 신장위구르자치구 방문 관광객 휴대전화에 ‘감시 앱’을 깔아 개인정보를 빼낸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사진은 중국 서북부 신장위구르자치구 허톈의 위구르인 생활중심지인 바자르 국경 검문소에서 주민들이 국경을 통과하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허톈 AP 연합뉴스
중국 당국이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를 방문하는 관광객·상인들의 휴대전화를 수거해 불법 감시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고 개인 정보를 빼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1100만명의 위구르족 이슬람교도가 집중적으로 거주하는 중국 서북부 신장위구르자치구는 이들 소수민족의 분리·독립운동 움직임을 빌미로 중국 당국으로부터 오랜 기간 인권탄압을 받아온 곳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가디언, 독일 쥐트도이체차이퉁은 2일(현지시간) 중국 당국이 신장위구르 지역 곳곳에 안면인식 카메라를 설치하고 주민들의 휴대전화에서 정보를 내려받을 수 있는 소프트웨어 설치를 강제하고 있을 뿐 아니라 관광객·상인들의 휴대전화에까지 감시 앱을 설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3개국 언론사는 이 같은 내용을 공동취재했다고 설명했다.

공동취재에 따르면 중국 국경 경비대원들은 인접국 키르기스스탄에서 이케슈탐 국경을 통해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로 넘어오는 검문소에서 관광객·상인들에게 휴대전화의 잠금장치를 해제해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경비대원들은 수거한 기기를 별도의 공간에 가져갔다가 얼마 후 여행객들에게 되돌려준다. 이 과정에서 관광객·상인들이 제출한 휴대전화에는 벌이 꿀을 채집한다는 뜻의 ‘펑차이’(蜂采)라는 앱이 깔린다. 사이버보안 전문가들과 함께 이 앱을 조사한 결과 이 앱은 중국 당국이 문제가 있다고 보는 이메일과 문자, 연락처 등 수많은 정보를 안드로이드폰에서 검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앱이 검색하는 정보는 이슬람 극단주의나 다양한 무기 사용법, 라마단 금식,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서적은 말할 것도 없고 ‘언홀리 그레이브’라는 일본 밴드의 음악까지 다양하다. 심지어 로버트 그린의 저서 ‘인생을 승리로 이끄는 33가지 전략’까지 검색 리스트에 올라 있었다. 휴대전화를 돌려받을 때 대부분의 경우 펑차이가 삭제됐지만 일부 여행객들의 기기에는 여전히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휴대전화에서 빼낸 정보들이 어떻게 활용되고 얼마나 오랫동안 저장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독일에서 이 앱을 분석했더니 휴대전화 내 정보를 서버에 저장하기 위한 용도로 확인됐다. 가디언은 특히 해당 정보들을 조합하면 중국 당국이 특정인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또 펑차이는 안드로이드 기기에만 설치됐지만 관광객들은 중국 국경비대원들이 아이폰 기기도 수거해갔다고 전했다. 아이폰은 앱이 아닌 리더기를 통해 정보를 스캔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카자흐스탄,키르기스탄 등이 국경이 맞닿아 있는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붉은 점은 중국 당국이 관광객 등에게 ‘감시 앱’을 설치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케슈탐 국경 검문소.  더 가디언 홈페이지 캡처
카자흐스탄,키르기스탄 등이 국경이 맞닿아 있는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붉은 점은 중국 당국이 관광객 등에게 ‘감시 앱’을 설치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케슈탐 국경 검문소.
더 가디언 홈페이지 캡처
가디언은 실제로 검문소를 거쳐 신장위구르자치구를 방문한 한 관광객의 휴대전화를 입수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관광객은 휴대전화 제출 과정에서 중국 당국으로부터 어떠한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면서 “(여행사는) 이 앱이 깔릴 것이라고 매우 확신했다. 우리는 이것이 위치정보시스템(GPS) 추적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워낙 신장위구르자치구에 감시가 만연해 휴대전화를 들고 다니는 데 대한 염려는 없었다”며 “(감시 앱 설치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중국을 여행하다 보면 이런 상황이 생긴다는 걸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권단체들은 중국 당국의 감시 앱 설치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마야 왕 휴먼라이츠워치(HRW) 중국담당 선임연구원은 “신장자치구 주민들, 특히 투르크계 무슬림들이 24시간 내내 다차원적으로 감시받고 있다는 점은 이미 알고 있다”며 “그러나 이번 보도는 대규모의 불법적 감시가 외국인들에게도 자행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가디언은 이에 대해 중국 당국에 문의했지만, 공식적인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에 따르면 매해 1억명 이상의 사람들이 신장위구르자치구를 방문한다. 내·외국인 전부를 포함한 수치다.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소수 민족 주민들은 무슬림이다. 중국은 그동안 이 지역이 이슬람 무장단체와 분리독립주의자들로부터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대테러 활동을 명분으로 위구르자치구를 대대적으로 감시해 왔다. 최근 2년 동안 감시 수준은 대폭 강화돼 정부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이들을 관리·감독하기 위해 도로 곳곳에 안면인식 기능이 탑재된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고, 무장 경찰 검문소를 세워 사상 재교육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사상 재교육 센터에서는 무슬림들이 불법 구금돼 사회주의 가치관을 교육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많이 본 뉴스
성심당 임대료 갈등, 당신의 생각은?
전국 3대 빵집 중 하나이자 대전 명물로 꼽히는 ‘성심당’의 임대료 논란이 뜨겁습니다. 성심당은 월 매출의 4%인 1억원의 월 임대료를 내왔는데, 코레일유통은 규정에 따라 월 매출의 17%인 4억 4000만원을 임대료로 책정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성심당 측은 임대료 인상이 너무 과도하다고 맞섰고, 코레일유통은 전국 기차역 내 상업시설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으로 성심당에만 특혜를 줄 순 없다는 입장입니다. 임대료 갈등에 대한 당신의 의견은?
규정에 따라 임대료를 인상해야 한다
현재의 임대료 1억원을 유지해야 한다
협의로 적정 임대료를 도출해야 한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