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잇따른 압박에 첨단 반도체 공급받기 힘들어져
서울 중구의 화웨이 한국지사 모습. 서울신문 DB
9일(현지시간) CNBC방송에 따르면 화웨이는 올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웠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방위적 제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매체는 “아직 2020년이 끝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화웨이의 목표는 실현되지 않았다. 앞으로의 길도 험난해 보인다”고 전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에서 삼성전자는 5900만대(점유율 20%)로 1위를 차지했다. 화웨이가 4900만대(17%)로 그 뒤를 이었지만 대부분은 지난해 미국의 제재가 본격화하면서 중국 본토에서 불붙은 ‘애국 소비’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5월 미 상무부는 화웨이가 중국 공산당의 지시에 따라 미국의 정보를 은밀히 훔쳐간다고 보고 ‘블랙리스트’에 올려 자국 기업과의 거래를 막았다. 그럼에도 화웨이가 해외 공급망 확대로 이를 빠져나가자 지난달 미국은 화웨이에 대한 2차 압박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웨이와 거래하는 기업의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국제사회에서 퇴출시키겠다”고 경고했다. 앞으로 화웨이가 중국 외 지역에서 스마트폰을 판매하기 어려워져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얻게 될 것으로 업계는 예측한다.
여기에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도 미국의 압박으로 화웨이와 거래가 완전히 끊어지는 상황을 각오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10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전날 류더인 TSMC 회장이 주주총회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을 원하지 않지만 최악의 상황도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류 회장은 화웨이의 주문이 없어진다면 다른 고객에게서 받은 주문으로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간 화웨이는 스마트폰부터 5세대(5G) 통신망 기지국에 들어가는 여러 반도체 부품을 TSMC에 맡겨 생산했다. 하지만 최근 미 상무부는 화웨이가 설계한 반도체 부품에 미국의 기술을 적용하지 못하게 하는 제재에 나섰다. 이 때문에 화웨이는 고급 반도체 확보가 불가능해져 장기적으로는 경쟁력 있는 제품을 생산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