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은행들 ‘검은돈’ 장사… 北도 1억달러 이상 돈세탁 했다”

“글로벌 은행들 ‘검은돈’ 장사… 北도 1억달러 이상 돈세탁 했다”

안석 기자
안석 기자
입력 2020-09-22 01:44
수정 2020-09-22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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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IJ 폭로… JP모건·HSBC 등 연루
십수년간 거래 규모만 2300조원
도쿄올림픽 유치 뇌물수수 정황도

글로벌 대형은행들이 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 검은돈을 거래하며 이윤을 창출해왔다는 폭로가 나왔다.  UPI 연합뉴스
글로벌 대형은행들이 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 검은돈을 거래하며 이윤을 창출해왔다는 폭로가 나왔다.
UPI 연합뉴스
글로벌 대형은행들이 십수년간 범죄에 활용될 수 있는 ‘검은돈’을 옮겨 주며 이윤을 남겼다는 폭로가 나왔다. 미국 최대은행인 JP모건체이스와 영국계 홍콩상하이은행(HSBC), 스탠다드차타드, 도이체방크, 뉴욕멜론은행 등 5개 은행의 불법거래 정황에는 대북제재 위반과 도쿄올림픽 유치 뇌물수수 등도 포함돼 있었다. 영국 집권 보수당에 거액을 기부한 러시아 출신 은행가 부부가 친(親)푸틴계 정치인으로부터 비밀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88개국 110개 언론기관과 함께 인터넷매체 버즈피드가 입수한 미 재무부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의 의심거래보고(SAR)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21일(현지시간) 공개했다. 버즈피즈는 1999~2017년에 JP모건 등이 FinCEN에 제출한 SAR 2100여건을 확보해 ICIJ에 제공했다. 거래 규모만 총 2조 달러(약 2300조원)에 달했다.

ICIJ는 “2011~2017년 FinCEN에 제출된 SAR이 1200만여건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 분석된 자료는 전체의 0.02%도 되지 않는다”면서 “2조 달러도 세계 전체의 은행을 통해 범람하는 더러운 돈 가운데 한 방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NBC방송은 북한이 국제사회 제재에도 미국은행을 이용해 1억 7480만 달러 이상을 세탁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일본이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고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의 아들 등에게 돈을 준 정황도 드러났다.

여기에 BBC방송은 러시아 출신 유명 여성 은행가 루보프 체르누킨의 남편인 블라디미르 체르누킨이 러시아 재벌이자 상원의원인 술레이만 케리모프 측으로부터 2016년 800만 달러 상당의 자금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프랑스에서 돈세탁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던 케리모프는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있는 인물이다.

남편 블라디미르는 2000년 러시아 재무차관을 지냈다. 이 부부는 2004년 러시아에서 영국으로 건너와 투자사업을 통해 부를 축적했다. 체르누킨이 보수당에 정치 기부금을 내기 시작한 것은 2012년부터로, 특히 남편과 케리모프 간 돈거래가 있었던 시기에 기부 액수가 급증했다. 러시아의 자금이 보수당으로 흘러 갔을 개연성이 있는 대목이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2020-09-2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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