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 관계 현주소와 전망

한-러 관계 현주소와 전망

입력 2013-11-11 00:00
업데이트 2013-11-11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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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기대 못미쳐러’ 新동방정책-한국 ‘新북방정책’ 시너지 효과 기대

한국과 러시아는 흔히 궁합이 잘 맞는 ‘예비부부’에 비유되곤 한다. 각자가 협력을 통해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상생의 관계를 발전시키기에 유리한 조건들을 갖추고 있다는 의미에서다.

서로 간에 협력을 가로막는 아픈 역사적 경험이나 현실적 갈등이 존재하지 않는 것도 유리한 점으로 지적돼 왔다.

현재 한국과 러시아는 공식적으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strategic cooperative partnership)’를 맺고 있다. 지난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때 이 관계가 설정됐다. ‘동맹 관계’까지는 아니지만 사실상 최고 수준의 협력 관계다.

최근 몇 년 동안의 양국 관계는 그러나 수사(修辭)나 기대만큼의 실질적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는 것이 대체적 평가다. 양국 관계에서 상당 정도의 양적 성장은 이루어졌을지 모르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라는 말에 걸맞은 질적 도약은 없었다는 지적이 많다.

우선 양국의 교역 규모는 여전히 기대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한-러 교역액은 225억 달러였다. 대러 수출이 111억 달러, 수입이 114억 달러를 차지했다. 올해 1~9월 교역액은 166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오히려 다소 줄었다.

러시아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은 물론 일본의 대러 교역액에도 크게 뒤지는 수치다. 지난해 중-러 교역액은 882억 달러였고 일-러 교역액은 335억 달러였다. 더구나 중국과 러시아는 교역액을 2015년까지 1천억 달러, 2020년까지는 2천억 달러로 늘리기로 합의한 상태다.

교역 품목도 한국이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건설중장비, 합성수지 등을 주로 수출하고 러시아는 원유와 나프타, 유연탄, 알루미늄 등의 천연자원 등을 수출하는 단순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러 경제 협력을 질적으로 도약시킬 사업으로 몇 년 째 논의되고 있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한반도종단철도(TKR) 연결, 러시아 극동에서 북한을 경유해 한국으로 연결되는 가스관 건설, 같은 노선을 지나는 송전선 건설 등의 남·북·러 3각 협력 사업은 북핵 문제에 발목이 잡혀 여전히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한-러 양국 간의 인적 교류도 저조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모스크바에 장기 거주하는 한국 교민이 고작 3천명 정도에 불과하고 러시아 전역을 통틀어도 6천명 밖에 안된다. 지난해 러시아를 찾은 한국인 방문객은 9만5천명, 한국에 간 러시아인 방문객은 16만7천명 정도였다.

러시아 대학에서 학위과정을 밟거나 단기 어학연수 중인 한국인 학생은 약 1천명, 한국에서 공부하는 러시아 학생은 300여명으로 추산된다. 러시아에 유학중인 중국 학생이 2만5천명, 중국에서 공부하는 러시아 학생이 1만5천명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역시 상대가 안된다.

이처럼 한-러 관계가 기대만큼 발전하지 못한 데는 양국 모두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반도 문제에 정통한 한 러시아 전문가는 “러시아 쪽에선 법적 기반이 취약하고 기업들이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등 투자 환경 미비가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한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한국이 러시아와의 협력을 북핵 문제 해결의 도구로 이용하려 하거나 한-러 간 경제 협력을 북한 문제와 지속적으로 연계시키는 것도 협력의 장애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한-러가 서로 협력하면서도 양국 간 경제 협력은 별도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다른 한-러 관계 전문가도 “한국 기업인들이 러시아에서 사업하려면 미국이나 서유럽, 동남아 등에 비해 몇 배나 힘이 든다고 토로한다”며 러시아의 법적, 제도적 투자환경 미비를 꼬집었다. 그는 그러면서도 “한국인들이 서방과는 다른 러시아 만의 독특한 제도나 기업 문화, 정서 등을 배려하려 하지 않고 자신들의 잣대로만 판단해 러시아를 욕하거나 깎아내리는 경우도 많이 있다”면서 러시아에 대한 한국인들의 왜곡된 시각과 편견을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양국 관계 도약에 기대를 걸게 하는 새로운 변화들도 나타나고 있다.

우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3기 집권 이후 낙후한 시베리아·극동 지역 개발을 중요 국정 과제로 제시하고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 국가들과의 협력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 양국 관계 발전에 청신호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012년 12월 국정연설에서 시베리아·극동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3기 내각에서 극동개발부를 신설하는 등 ‘신동방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푸틴 대통령은 특히 한국이 동북아 지역의 중요 파트너 국가임을 수시로 강조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교통 및 물류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유럽과 아시아 지역을 단일 경제공동체와 평화 협력 지대로 만들자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주창하면서 러시아와의 협력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이 1980년대 말부터 옛 소련, 중국 등 사회주의권과의 관계 개선을 목표로 추진했던 ‘북방정책’의 현대판인 ‘신북방정책’을 추진하면서 러시아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모스크바 ‘국제경제 및 국제관계연구소(IMEMO)’ 산하 아시아태평양 센터의 알렉산드르 페도롭스키 소장은 “러시아의 ‘신동방정책’과 한국의 ‘신북방정책’ 사이엔 상당한 접합점이 있다”면서 “두 나라 대통령이 역점을 두는 이같은 정책이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한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의 방한과 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이같은 양국 간 협력 강화 분위기에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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