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日집단자위권 ‘정리된 입장’ 공개…美 대응은

정부, 日집단자위권 ‘정리된 입장’ 공개…美 대응은

입력 2013-10-27 00:00
업데이트 2013-10-27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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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주시하던 韓, 외교적 대응 나서…美에 “우리입장 반영” 요구미일 방위지침 협상이 분수령…미국, 한일관계 개선 조치 주목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추진과 관련한 우리 정부의 입장이 가시화되고 있다.

정부의 속내는 미국을 방문하고 있는 고위관계자의 전언에서 체감있게 드러났다. 그는 미국의 고위 외교안보 당국자들과 잇따라 면담을 가진 자리에서 “한반도 주권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 우리의 입장을 반영해달라”고 요구한 사실을 25일(현지시간) 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공개했다.

이 발언은 전환기에 들어선 동북아 외교안보 질서와 이에 대응하는 우리 정부의 ‘정리된 입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는 평가다.

우선 일본이 제한적이나마 집단적 자위권을 매개로 군사력 강화에 나서는 것은 이제 움직일 수 없는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풀이가 나온다. 미국이 대중국 견제라는 전략적 목표 추구과 재정감축에 따른 동북아 군사편제의 재조정 차원에서 일본과의 군사결속을 강화하는 것을 우리 정부도 ‘현실’로서 인정한다는 의미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미국과 일본이 역할을 분담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큰 흐름에서 동북아 외교안보 질서가 조심스럽게 나마 ‘새판짜기’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 일본의 군사력 강화가 어떤 방향과 범위로 이뤄지느냐에 따라 한반도 주변의 ‘힘의 질서’와 대결구도, 동맹관계에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이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허용하고 대중국 견제의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미일동맹을 삼는다면 한미동맹을 기축으로 한 우리의 외교안보 역량은 중대한 시험대에 접어들 수밖에 없다. 자칫 한미동맹이 미일동맹의 종속변수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우려도 나온다.

나아가 중국의 즉각적 반발과 북한의 추가적 도발 또는 핵능력 강화 움직임으로 이어진다면 한반도를 둘러싸고 새로운 냉전적 대결구도가 조성될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한국의 전략적 위치설정은 몹시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상황을 ‘주시’하던 차원에서 벗어나 뒤늦게 나마 본격적 ‘대응’에 나선 데에는 이 같은 엄중한 상황인식이 자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가 실질적인 재무장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미국을 설득하고 압박하는 외교적 대응노력이 시작된 것이다.

최근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측 카운터파트인 수전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났을 때 이 문제를 놓고 심도깊은 의견교환이 있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여기에는 국내적 변수가 작용하고 있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고 부당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에 대한 국내의 뿌리깊은 반감 속에서 일본의 집단자위권 추진 문제가 국내 정서를 크게 자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우리 정부가 미국을 의식해 지나치게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정치권의 비판론이 우리 정부의 대응에 압박효과를 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외교적 대응의 초점은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 협상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말까지 이어질 실무적 협상에서 미국측이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에 일정한 제약을 가하도록 우리 정부로서는 적극적 대미 외교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윤병세 외교장관은 지난 14일 국정감사에서 “아직 모든 상황이 끝난게 아니다”라며 “기본적으로 미국이 일본에 집단적 자위권을 백지수표로 전부 위임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으로서는 난처한 표정이 역력해 보인다.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을 동북아 외교안보질서의 양대축으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한일간의 불화와 갈등이 지속된다면 동북아 전략을 운용하는데 커다란 장애가 될 수밖에 없다. 미국은 일단 일본이 추구하는 군사력 강화를 용인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또다른 전략운용의 축인 한미동맹을 소홀히 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미국으로서는 양국이 서로 갈등을 자제하고 관계개선을 꾀하는 쪽으로 ‘아이스 브레이커’(Ice-breaker) 역할을 시도하려고 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대로 갈 경우 한미일 3각 군사협력의 틀이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도 있다는 워싱턴 내부 우려가 적지 않다는 전언이다.

이와 관련해 커트 캠벨 전 차관보는 25일(현지시간) “양국이 갈등을 해소할 수 있도록 논의의 핵심 틀을 만드는 것이 미국의 의무라고 생각한다”며 미국의 전향적 중재 움직임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는 양국간의 뿌리깊은 불화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미국의 전략적 관점대로 쉽사리 풀리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외교소식통은 “형이라도 다 큰 아우들끼리 싸우는데 이를 화해시키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과거사와 독도 영유권 등을 둘러싼 갈등이 저변에 깔려있는 상황에서 일본의 집단자위권까지 허용되자 한국 내 여론이 매우 부정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2002년 효선ㆍ미순양 사태와 마찬가지로 한국 내에서 반미감정이 잉태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한일간의 갈등구도는 특별한 계기가 없을 경우 계속될 가능성이 크고 앞으로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 협상 과정이 양국관계와 동북아 외교안보 질서의 향배를 가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목할 대목은 미국 측이 정부 고위관계자에게 “이해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점이다. 어느 정도의 무게감이 실린 발언인지는 불투명하지만 미국 측이 한미동맹 관계를 의식해 우리 정부의 입장을 적절한 수준에서 반영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와 원자력협정 개정, 방위비 분담 등 복잡한 동맹현안들을 한꺼번에 풀어내야 하는 우리 정부로서는 창의적이면서도 정교한 대미외교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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