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망신주기’ 태형 폐지

사우디 ‘망신주기’ 태형 폐지

이기철 기자
이기철 기자
입력 2020-04-26 17:48
업데이트 2020-04-27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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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형 등 대체… 인권단체 “놀라운 진전”

사우디아라비아 국기
사우디아라비아 국기 AFP 연합뉴스자료사진
마약 밀매범은 참수형, 간통범은 돌로 쳐 죽이는 석살형, 절도범은 손발을 자르는 절단형…. 이런 형벌이 남아 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회초리로 때리는 태형을 폐지했다. 이에 대해 사우디 인권단체들은 “놀라운 전진으로 반겼다”고 AFP통신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우디를 실질적으로 통치하는 왕세자 무함마드 빈살만이 사법제도 개혁의 하나로 국제적으로 비난을 샀던 태형을 폐지했다. 아와드 알아와드 사우디 인권위원장은 “이미 태형이 선고된 이들에게는 벌금형이나 감옥형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은 앞으로 경미한 범죄에 대해 벌금형, 자유형, 지역사회 봉사형 등으로 선고한다.

태형은 주로 음주나 남녀 간의 부적절한 접촉 등 소위 ‘도덕 범죄’ 등에 대해 선고됐다. 그러나 빈살만 왕세자의 개방 조치에 힘입어 영화관과 콘서트, 프로레슬링 등 여흥이 확대되고 남성들과 공개적으로 교제하거나 얼굴과 머리를 가리지 않는 여성들이 늘어나지만, 종교 경찰은 이들을 거의 체포하지 않는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태형은 주로 선고받은 사람에게 육체적 고통보다 사회적 망신주기 차원에서 금요 예배 후 이슬람교 사원 광장 공개된 장소에서 등을 채찍으로 때려 집행한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 사우디 전문가 애덤 쿠글은 “태형은 창피를 더 의미한다”면서도 “태형 폐지는 긍정적 조치”라고 말했다.

태형은 사우디 유명 사회운동가 라이프 바다위(36)가 2014년 징역 10년에 태형 1000대를 선고받으면서 국제적으로 비난을 샀다. 한편 사우디 당국은 정치적 반대자들을 제거하는 무기로 사용하는 등 지난해 184명에 대해 사형을 집형해 태형 폐지는 사법제도 개선에서 미흡하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2020-04-2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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