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시대에 ‘잊혀질 권리’를 허하라

디지털시대에 ‘잊혀질 권리’를 허하라

입력 2011-07-04 00:00
업데이트 2011-07-04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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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질 권리’ 출간

온갖 종류의 안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만병통치약이 되는 ‘시간’과 ‘망각’은 디지털 세상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철없던 시절 저질렀다가 이제는 사면 복권까지 받은 범죄의 기록이 인터넷 속 예전 신문기사에는 고스란히 남아있고, 다른 이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옛 애인과의 사진은 스스로 지울래야 지울 수도 없다.

연습생 시절 마이스페이스에서 친구와 주고받은 한국 비하 발언이 뒤늦게 불거져 팀에서 탈퇴한 한 아이돌 가수의 사례는 모든 것을 기억하는 디지털 기술의 위력을 실감케 한다.

빅토르 마이어 쇤베르거 옥스퍼드대 인터넷연구소 교수가 2009년 쓴 ‘잊혀질 권리’(지식의날개 펴냄. 원제 ‘Delete’)는 디지털 환경에서 지워지지 않는 기록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첫 책이다.

인터넷상에서 잊혀질 권리(the right to be forgotten)는 소셜네트워크가 보편화하면서 디지털 시대의 화두로 급부상했다.

인류가 그동안 기억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책과 같은 다양한 저장매체를 발달시켜온 흐름과 비교하면 이러한 추세는 꽤나 역설적이다.

”유사 이래로 인류에게는 망각이 일반적이었고, 기억하는 것이 예외였다. 그렇지만 디지털 기술과 전지구적 네트워크 때문에 이 균형이 역전되었다. 오늘날 널리 확산된 기술의 도움으로 인해 망각은 예외가 되어가고 있으며 기억이 일반적인 게 되어가고 있다.”(18쪽)

저자는 이 책에서 인류 역사 속에서 기억과 망각이 갖는 의미의 변화를 살펴본 후 ‘완벽한 기억’이 왜 위험한지 설명한다.

디지털 세상의 완벽한 기억은 첫째로 총체적인 ‘감시사회’로 이끌어 “감시당하는 사람에게서 감시하는 사람에게로 권력을 이전”시키며 둘째로 인간의 의사결정에서 망각이 수행하는 중요한 기능을 무력화한다.

망각은 인간이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것을 수용하며 사회가 구성원을 용서할 수 있는 권한을 주어 사회가 변화에 열린 채 유지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디지털 기억은 이러한 기능을 훼손시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망각의 미덕을 하루빨리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디지털 정보에 만료일을 도입하는 것을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사용자들이 디지털 정보를 입력할 때마다 망각일을 설정해 컴퓨터가 만료일에 도달한 파일을 삭제하게 함으로써 ‘지속되는 기억’에서 인간이 ‘통제하는 망각’으로 기본 값을 되돌리자는 것이다.

구본권 옮김. 288쪽. 1만3천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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