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빔 벤더스, 사진에 말을 걸다>

<감독 빔 벤더스, 사진에 말을 걸다>

입력 2011-07-23 00:00
업데이트 2011-07-23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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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은,’ 출간

‘베를린 천사의 시’(1987) 등의 영화로 유명한 빔 벤더스 감독. 그가 영화를 만들기 이전부터 사진에 관심을 가졌던 인물이라는 사실은 1984년 ‘파리 텍사스’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기 전까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영화감독으로서 자의식이 강했던 그가 황금종려상을 받고 난 후에야 사진 인화 작업을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사진 작품을 세상에 내놓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머뭇거리던 시작과는 달리 사진작가로서 벤더스의 이력은 조금씩 쌓여갔다. 1986년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첫 사진전을 연 이래로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개인전을 개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한 번 은,’(이봄 펴냄)은 수십 년간 사진작가로 활동했던 빔 벤더스의 사진과 글을 모은 사진 에세이집이다. 인물과 풍경 등 그의 삶을 거쳐 간 수많은 이미지와 그에 대한 단상이 300여쪽에 걸쳐 펼쳐진다.

책에는 하나의 풍경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지만 시리즈 사진들이 다수 수록돼 있다. 사진을 단순한 이미지가 아닌 스토리텔링의 소재로 삼으려는 저자의 의도가 엿보인다.

”세상의 모든 사진, 시간 속의 모든 ‘한 번 은’(Once), 한 편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 책에 한 장 한 장의 사진보다 시리즈 사진들이 더 많이 들어간 이유다.”

저자는 사진을 찍는 이유에 대해 “’뷰파인더’를 관통하여 자신으로부터 빠져나와 세상의 ‘다른 면’으로 나가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더 잘 기억하고, 더 잘 이해하고, 더 잘 보고, 더 잘 듣고, 더 많이 사랑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낭만적인 키스 장면이나 낙조의 고즈넉한 풍경과 같은 아름답고 심장을 뛰게 하는 이미지뿐 아니라 무너져 내린 건물, 가난한 삶의 풍경 등 처절한 삶의 조각들도 책의 한 모퉁이를 차지하고 있다. 사진찍기란 “진실이라고 하기엔 너무 아름다운 것, 동시에 그것은 아름답다고 하기엔 지나치게 진실한 행위”라는 저자의 믿음이 책 곳곳에 묻어난다.

장뤼크 고다르, 오시마 나기사, 데니스 호퍼, 구로사와 아키라, 짐 자무시 등 20세기 중ㆍ후반 영화계에 영향을 미쳤던 인물들의 사생활도 볼 수 있다.

”베니스의 한 극장에서 이 두 남자의 뒷자리에 앉은 적이 있다.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난, 저 두 머릿속에서 태어났던, 그리고 지금도 담겨 있는 수천 가지 이야기와 수많은 영상을 떠올렸다. 그 이야기와 영상들은 저 두사람보다 오래, 또 우리보다 더 오래 살아남을 것이다. 내 앞에 앉아 있던 두 사람은 구로사와 아키라와 마이크 포웰이었다.”

이동준 옮김. 364쪽. 1만7천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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