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 “정직하다면, 투박해도 목소리 내고 싶어”

유아인 “정직하다면, 투박해도 목소리 내고 싶어”

입력 2013-09-26 00:00
업데이트 2013-09-26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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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깡철이’ 주연…”느끼한 반항아보다 착한 캐릭터 좋아”

“정직하고 선의가 있다면, 좀 덜거덕거리고 투박하더라도 내 목소리를 내고 싶어요. 낼수록 미끈해지고 좋은 목소리가 되는 것 같아요. 그래야 세상이 예쁜 목소리, 좋은 목소리, 필요한 목소리로 가득 차게 될 테니까요.”

배우 유아인(27)은 한국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젊은 배우 중 하나다. 김수현, 송중기, 이제훈 등과 함께 20대 배우 중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4대 천왕’으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또래의 다른 배우들과 분명히 구별되는 지점이 있다. 제임스 딘 같은 반항아의 이미지를 지니면서도 불안하게 부유하는 느낌이 아니라 차돌멩이 같은 단단한 심지가 있어 보인다.

지난해 대선을 앞둔 11월에는 “변화의 불씨가 꺼지지 않기를 바란다”는 내용으로 장문의 글을 트위터에 올려 화제가 됐다. 20대 젊은 스타 배우의 과감한 소신 발언. 국내에서 그동안 보지 못한 스타 상이다.

새 영화 ‘깡철이’ 개봉을 앞두고 지난 26일 삼청동에서 만난 유아인은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내는 이유에 관해 뚜렷한 소신을 밝혔다.

”20대인데, 벌써 목소리를 내는 데 두려워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연예인이라는 탈, 가면을 쓰고 그게 나에게 주는 부와 명예 때문에 자꾸만 움츠러들게 되는데, 그러지 말자는 거죠. 목소리 큰 사람들, 힘 있는 사람들만 목소리 내면서 세상이 굴러가게 둘 순 없잖아요. 저도 더 나이가 들고 잃어버릴 게 있다면 더 쉽지 않겠지만, 지금은 그냥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기니까 더 많이 내고 싶어요. 사실 모두가 다 그렇게 하고 싶어하는 것 같거든요. 내 목소리에서 굳이 나쁜 음질을 찾아내 깎아내리는 사람들조차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싶어서 그러는 것 같아요. 솔직해질 필요가 있어요.”

배우라는 일을 하면서 그런 생각이 더 뚜렷해지고 있다고 했다.

”배우라는 일이 계속 나 자신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아요. 그게 배우란 일을 계속 사랑하고 오랫동안 하고 싶은 이유이기도 해요. 뭔가 성찰하고 깨우치고 이해하고 벽을 깨부수고 그런 게 배우잖아요. 그래서 세상 밖에 낼 수 있는 목소리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고 그걸 긍정적으로 치환하고 싶어요. 정치를 하겠다는 게 아니라요(웃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그의 말에는 막힘이 없었다.

”연예인이라고 굳이 단절된 상태로 ‘신비주의’로만 있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자신을 드러내는 게 배우로서 치명적 약점이 되는 건 아니거든요. 화학작용을 만들어내면서 대중과 같이 상승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대중들도 연예인을 너무 ‘딴따라’라고 보지 말고, 배우들도 대중을 ‘뭘 모르는 사람들’로만 보지 말고 서로 존중하며 긍정적으로 가는 길이 있는 것 같아요.”

그는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분명히 이해하고 싶기에 세상 사람들이 자신에 관해 쏟아내는 말들도 꼼꼼히 살펴본다고 했다.

”댓글은 안 보는 게 상책이라고 하는 분들도 많아요. 악플러들은 ‘딴따라 주제에’라고 공격하니까요. 하지만, 저는 댓글들을 아주 잘 살펴봐요. 거시적인 현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 생각에는 네티즌 열 명 중 한 명이 댓글을 단다고 보는데, 그 안에서도 성질이 많이 다르거든요. 그래서 하나하나에 ‘힘들어’, ‘좋아’ 그럴 게 아니라 ‘이런 일이 일어나는구나, 내가 이 상황에서 어떤 목소리로 가면 좋겠다’ 그렇게 받아들이죠.”

그는 내면에서 점점 성숙해지는 한편으로 또래들이나 더 어린 친구들과 계속 호흡하고 싶은 바람도 크다고 했다.

”20대 초반에 독립영화를 하고 그럴 때는 또래에 비해 너무 조숙했고 거기에 너무 심취해 있어서 조금은 건방지고 대단한 성취가 있는 것 마냥 굴었어요. 어리게만 보이는 게 싫어서 더 어른인 척하고 아예 그런 (어린) 부분은 안 보여줬거든요. 그런데 이제 나이가 드니까(웃음) ‘나도 20대 같은 게 있어’ 그런 걸 보여주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빠빠빠’ 춤추며 노는 것도 (트위터에) 올린 거고요. ‘내가 당신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라며 뒤섞이고 싶어하는 거죠.”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하길 원하는 그이기에 배우로서의 연기 역시 “비현실적이고 느끼한 연기가 아니라 현실에 발을 붙인 연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택한 작품이 ‘깡철이’였다. ‘깡철이’에서 그가 연기한 ‘강철’은 치매를 비롯해 여러 병을 앓고 있는 엄마 옆을 지키며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분투하는 착한 아들이다.

”반항아를 표현하는 느끼하고 징그러운 방법이 있잖아요. 하지만, 전 현실에 발 디딘 연기를 하고 싶어요. 다들 10대 때야 반항하지만, 사회에 나가면 뭐 반항하나요? 현실에 순응하며 살지. 깡철이는 엄마란 존재가 있기 때문에 힘들어도 더 버틸 수 있는 거고, 힘들다고 하소연도 하지만 너무 착한 애예요. 저는 늘 착한 애들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반항기를 품고 있지만 순수하고 착한 캐릭터는 그의 전작 ‘완득이’와도 비슷하다.

”’완득이’는 제목이 완득이긴 하지만, 완득이 내부로 깊숙이 들어가진 않거든요. 유쾌 발랄한 영화고, 천천히 깊숙하게 들어가는 호흡을 가진 영화는 아니거든요. 그래서 내 깊숙한 걸 표현하는 캐릭터를 만나고 싶은 욕심이 있었어요. ‘깡철이’는 ‘완득이’의 연장선에 있을 수도 있지만, 굉장히 다른 느낌의 영화예요. 훨씬 더 깊이 있는 세계를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인 것 같아요.”

앞으로 하고 싶은 장르를 묻자 “진한 멜로를 한번 해보고 싶다”며 “역시 느끼하고 징그럽지 않은, 현실에 발 딛은 리얼한 멜로”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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