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준 “김기덕 감독 시나리오 처음 봤을때 충격”

배우 이준 “김기덕 감독 시나리오 처음 봤을때 충격”

입력 2013-10-08 00:00
업데이트 2013-10-0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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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 각본·제작 영화 ‘배우는 배우다’로 주연 데뷔

“김기덕 감독님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충격을 받았어요. 이야기에 쏙쏙 빨려 들어가는 듯했죠.”

아이돌 그룹 엠블랙 멤버 이준(25)이 영화 ‘배우는 배우다’를 통해 영화 주연배우로 발돋움했다. ‘닌자 어쌔신’(2009)에서 정지훈(비)의 아역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지 4년 만이다.

’배우는 배우다’는 ‘영화는 영화다’에 이어 김기덕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고 제작을 맡은 영화로 관심을 끈 작품이다. ‘러시안 소설’ ‘좋은 배우’ 등을 연출한 신연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7일 을지로에서 만난 이준은 “많은 시나리오를 읽어봤지만, 이렇게 매혹된 적은 없었다”고 했다.

”시나리오를 많이 읽는 편이에요. 제가 그 영화를 하든 안 하든, 대본을 일부러 구해서 읽어보는 경우도 많아요. 정독해서 읽어보고 리딩도 해보고요. 그런데 ‘배우는 배우다’는 지금까지 읽어본 대본 중에 가장 빨리 읽힌 대본이에요. 그만큼 재미있었죠. 연극적인 느낌에 인물의 감정이 들쭉날쭉 변화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는데, 그런 점에 오히려 끌렸던 것 같아요.”

그는 오래전부터 김기덕 감독의 팬이었으며, ‘피에타’와 ‘나쁜 남자’를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연기자 입장에서는 누구나 도전해보고 싶은 색깔의 영화들인 것 같아요. 그런 강한 색깔이 두렵기보다는 새로웠어요. 연기를 하는 데 순서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처음부터 강렬한 걸 해보는 것도 신선한 충격을 갖다주지 않을까 싶었죠.”

이준은 김기덕 감독과 함께 TV 예능 프로그램 ‘강심장’ 출연한 인연으로 김 감독과 신 감독의 눈에 들어 주연으로 캐스팅됐다. 두 감독을 비롯해 영화 관계자들은 이준이 배우로서 지닌 끼와 잠재력을 알아봤다. 신 감독은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내가 만나본 신인배우들 중 이준만큼 배우가 되려는 절실함을 보인 사람이 없었다”고 평하기도 했다.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꼬리표를 따라붙지만 연기를 얘기하는 이준의 태도는 단호했다.

”제 꿈은 오직 하나였어요. 중학교 때부터 배우를 꿈꿨죠. 그때부터 연기를 혼자 연습하기 시작했고 시간만 나면 영화를 보러 다녔어요. 그런데 선생님과 진학 상담 도중 ‘넌 공부가 안돼서 연극영화과는 못 간다’는 얘길 들었고, 선생님은 대안으로 무용을 해보지 않겠느냐고 하셨죠. 몸으로 표현하는 연기도 배울 만하겠다 싶어서 서울예고 무용과에 들어갔고 결국 대학도 얼떨결에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현대무용 전공)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내가 원했던 연기를 정말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1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고 배우 오디션을 보러 다니다가 우연히 지금 회사에 들어와 엠블랙으로 데뷔했죠.”

배우로 꼭 성공하겠다는 오기가 그를 지금까지 붙들었다고 했다.

”무용 전공하는 친구들이 다 가고 싶어하는 학교를 그만두면서 그 친구들 앞에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가수이든 배우이든 뭘 하든지 살아남으려고 더 발버둥쳤죠.”

이번 영화에서 그는 배우 지망생으로 밑바닥 인생을 살다가 영화에 데뷔해 뛰어난 연기력으로 최정상의 자리까지 오르고, 이어 다시 한순간에 바닥으로 추락하는 드라마틱한 인물 ‘오영’을 연기했다.

”정말 어려운 대본이었어요. 하나도 안 중요한 장면이 없을 정도로 감정을 집중해서 해야 하는 연기였죠. 대본이 들어오자마자 연습했고 바쁜 일정에도 시간 날 때마다 대본을 보면서 대사를 랩처럼 쏟아낼 수 있게끔 준비했어요.”

신 감독은 이준의 연기에 관해 “하늘이 내린 캐스팅”이라며 “배우로서 가능성이 크다”고 칭찬한 바 있다.

”감독님은 제가 연기하는 걸 많이 지켜봐 주셨어요. 다른 연기자들에게는 ‘그렇게 하지 마라’라는 말을 많이 하셨는데, 저한텐 별로 말을 안 했어요. 100장면 넘게 찍으면서 두 번인가 지적을 들었어요. 그래서 끝까지 제 연기에 확신이 안 들고 불안했죠. 그래도 다행히 이번 부산영화제에서 두 차례 상영했는데, 분위기가 괜찮은 것 같아서 한 시름 놓았어요.”

가장 힘들었던 건 아이돌 그룹 멤버로 활동하며 공연과 TV예능 프로그램, 영화 촬영을 동시에 소화해야 했던 살인적인 스케줄 때문이었다.

”그 당시에 스케줄이 정말 많았어요. ‘우결’(’우리 결혼했어요’)을 비롯해 예능 프로그램도 몇 개 하고 있었고 앨범 활동도 할 때여서 연기에 몰입하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몸 상태가 안 좋아서 집중하기가 어려웠죠. 아쉬움이 있긴 있지만, 오히려 그런 상태여서 잘 나온 장면도 있는 것 같아요. 촬영장에 만날 늦어서 항상 죄인처럼 살았는데, 기다려준 영화 스태프에게 미안한 마음이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그는 지난 1월 영화 촬영을 끝낸 뒤 팬 카페에 빠듯한 스케줄 때문에 힘든 심경을 나타낸 글을 올려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렇게 원했던 영화를 하게 됐는데, 잘하기 어려운 상황이니까 굉장히 짜증이 났죠. 그땐 내가 아니었어요. 이렇게까지 예민해질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예민해졌고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기도 했죠. 이젠 경험이 쌓였으니까 그런 상황을 잘 견디면서 풀어나가려고 합니다.”

’배우는 배우다’는 한 배우의 성장과 몰락을 그린다는 점에서 그에게 남다른 깨달음을 남기기도 했다.

”이 영화로 인해 다시 한 번 저 자신을 재정비할 수 있었어요. ‘정신 차려야겠다’, 하나하나 최선을 다하고 만나는 사람마다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팬들을 대하는 것도 변했어요. 그들이 나를 사랑해줄 때 잘해야지, 떠나고서 잡으면 오지 않는다는 것, 사랑받는 것에 감사하며 살아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영화는 오는 24일 개봉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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