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유리 조율에 삶의 희로애락 담았죠

2㎜ 유리 조율에 삶의 희로애락 담았죠

입력 2013-06-11 00:00
업데이트 2013-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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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까지 ‘웨이브 스컬프처’展 여는 이상민 교수

이상민(47) 중앙대 교수는 유리 탓에 눈이 멀고, 유리 덕분에 팔자가 핀 엉뚱한 조형 예술가다. 잔잔한 호수의 파장을 연상시키는 유리조형물을 빚어낸다. 지금도 왼쪽 눈으론 사물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중학교 시절 깨진 유리조각에 각막이 손상된 뒤로 삶이 순조롭지 않았다. 축구 같은 격렬한 운동은 꿈도 꾸지 못했고, 눈의 초점이 맞지 않아 친구들과 내기당구조차 칠 수 없었다. 이 교수는 “아버지가 ‘다친 눈을 고치려 집 한채 값이 들었다’고 하셨다”며 껄껄 웃었다.

유리로 독특한 모양의 조각을 만들어 내는 이상민 중앙대 교수. 유리 때문에 한쪽 눈이 거의 멀어 청각과 촉각으로 작업을 한다.
유리로 독특한 모양의 조각을 만들어 내는 이상민 중앙대 교수. 유리 때문에 한쪽 눈이 거의 멀어 청각과 촉각으로 작업을 한다.


지금도 시각보다는 소리와 냄새, 손끝의 감각에 의지해 작업한다. 화덕에서 어느 정도 익은 유리 결정이 뿜어내는 ‘떵~’ 하는 소리와 유리의 타는 냄새, 손가락 마디에서 느껴지는 열기가 입체감 넘치는 유리 물방울 조각의 비결이다.

이달 초부터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진화랑에서 ‘웨이브 스컬프처’전을 열고 있는 이 교수를 지난 7일 만났다. 오는 25일까지 이어질 전시에선 2006년부터 최근까지 작업한 유리조각 30여점을 선보인다.

작품마다 투명한 유리판에 형형색색 물방울 형상이 들어가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물의 파장이다. 입체감 넘치지만 추상적이고 빛의 굴절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 교수는 “어려서 동네 호숫가에서 아버지와 함께 돌맹이를 던지며 만들던 ‘물수제비’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말했다.

유리에 트라우마가 있는 이 교수가 어떻게 유리 조형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을까. 그는 “프랑스 국립 스트라스부르 마륵블록대학원에서 조형예술을 공부할 때 지도교수가 ‘유리로 작업을 해보라’고 넌지시 제안했는데, 처음엔 완강히 거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내 유리의 매력에 푹 빠지고 말았다. 작업은 쉽지 않았다. 소리로 원하는 두께를 가늠하며 불과 2~3㎜까지 유리를 조율해야 했다. 유리의 미학이다.

프랑스에서 유학을 마치고 2000년 귀국한 그는 유리와 거울을 소재로 물의 형상을 부조로 표현한 작품을 선보여 왔다. 최근에는 다양한 모양의 그릇 만들기에 몰두하고 있다. “그릇은 마음을 담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외모와 다를 수 있는 마음의 상태를 그릇을 통해 표현한다.

작가의 인생사에는 두 차례의 큰 전기가 있었다.

첫 번째는 진로 선택. 프랑스 유학을 앞두고 아버지는 공대 진학을, 어머니는 의상 전공을 각기 강권했다. 외가는 이름난 의상디자인 집안이었다. 그는 미련 없이 평소 꿈꾸던 조형예술을 택했고, 지금의 자리까지 왔다. 1990년대 말에는 한 대형 가전사에서 자신의 물방울 형상이 들어간 한정판 냉장고를 만들겠다고 제의해 왔다. 경쟁사의 ‘앙드레 김’ 냉장고와 겨루기 위해서였다. 그는 딱 2000대만 찍는 조건으로 승낙했다. 당시 200만원 안팎이던 냉장고 가격이 1000만원까지 올랐지만 완판됐다. 이후로는 자신의 작품이 지나치게 상업화되는 게 두려워 그런 제안을 거절했다. 그에게 유리는 대체 뭘까. 작가가 온 삶을 바치는 오브제이건만 답은 간결하다. “부드러움과 따스함이 숨어 있는 어떤 것”이다. 작가에게 유리는 여전히 미완의 탐색 대상이며, 그래서 작가는 작품 앞에서 더 치열한 행복을 느끼는지도 모른다.

글 사진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2013-06-11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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