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의 상흔, 그럼에도 살아내다

6·25의 상흔, 그럼에도 살아내다

이순녀 기자
이순녀 기자
입력 2020-06-26 01:12
수정 2020-06-26 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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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 잘린 월정사 범종, 군홧발에 찍힌 조선 지도

국립박물관, 수난 유물 온라인展
전쟁 속 ‘문화재 수호’ 분투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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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6·25전쟁과 국립박물관- 지키고 이어가다’ 개막 전날인 지난 24일 직원들이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전쟁 중 화마로 형체가 일그러진 월정사 범종이 왼편에 전시돼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국립중앙박물관 ‘6·25전쟁과 국립박물관- 지키고 이어가다’ 개막 전날인 지난 24일 직원들이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전쟁 중 화마로 형체가 일그러진 월정사 범종이 왼편에 전시돼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고려자기를 포장하였다. 크기를 재지 않고 하였다고 하여 다시 풀었다가 쌌다. 또 고려자기를 싸는 데는 아무리 하여도 많은 종이를 써야 되고, 회화는 습기가 안 들도록 싸야 되고, 불상은 머리 부분이 약하다는 등등의 이유를 들어 3일간에 겨우 5개의 포장을 마쳤다. (…)그들의 눈앞에서의 대담한 지연작전은 생명을 건 싸움이었다.”

국립박물관(국립중앙박물관 전신) 초대 관장 김재원(1909~1990)의 회고록 ‘경복궁야화’의 한 대목이다. 6·25전쟁 당시 서울을 점령한 북한은 ‘내각직속 물질문화연구보존위원회’를 통해 국립박물관과 개인 소장가들의 문화재를 북한으로 옮기려 했다. 국립박물관 직원들은 이를 막고자 필사적으로 ‘시간과의 싸움’을 벌였다. 결국 북한은 빈손으로 퇴각했다.

70년 전 일어난 전쟁은 문화유산에도 깊은 상흔을 남겼다. 덕수궁 석조전 지붕이 전소됐고, 경복궁 안에 있던 국립박물관 건물에 포탄 구멍이 뚫렸다. 그러나 전쟁 포화 속에서도 문화재를 기어이 지켜내고자 고군분투했던 이들이 있었기에 문화의 맥을 이을 수 있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25일 개막한 테마전 ‘6·25전쟁과 국립박물관- 지키고 이어가다’는 수난을 겪은 유물들을 한자리에 모으고, 문화재 수호라는 또 하나의 전쟁을 치렀던 박물관을 조명한다. 전시는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따른 휴관으로 온라인으로 먼저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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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군홧발 자국이 남은 ‘요계관방지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북한군 군홧발 자국이 남은 ‘요계관방지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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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중 몸통이 사라진 19세기 청화백자 용 항아리.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전쟁 중 몸통이 사라진 19세기 청화백자 용 항아리.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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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전 미군이 구해낸 관세음보살상.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참전 미군이 구해낸 관세음보살상.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통일신라시대에 제작된 월정사 범종은 절반이 사라지고, 남은 절반도 형체가 비틀려 있다. 1951년 1월 월정사가 불탈 때 범종도 화마를 입었다. 18세기 조선 지도인 ‘요계관방지도’에는 북한군의 군홧발 자국이 찍혀 있다. 경복궁 건물에 북한군이 드나들면서 훼손한 흔적이다. 고려시대 유리구슬은 전쟁을 겪으며 5점 중에서 1점만 남았고, 19세기 청화백자 용 항아리는 몸통이 사라졌다. 철원에서 한 스님이 “북한군에게 뺏기지 말아 달라”고 참전 미군에게 건네 가까스로 살아남은 고려말 관세음보살상도 전시장에 자리했다.

국립박물관은 1950년 12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네 번에 걸쳐 소장품을 부산 광복동 임시청사로 옮겼다. 피란 가기 전 국립박물관과 덕수궁미술관 소장품 2만여점을 일일이 필사한 ‘소개품 목록’과 국립박물관 이전을 승인한 문교부 장관의 허가서, 부산 박물관 임사청사 내부 평면도 등은 절박했던 당시 상황을 말없이도 웅변한다.

국립박물관이 1953년 발굴한 경주 금척리 고분, 노서리 138호분 출토 토기와 같은 해 주최한 제1회 현대미술작가초대전, 이조회화전 자료와 더불어 1957년 최초 한국문화재 해외순회전으로 미국에 갔던 서봉총 금관(보물 339호)도 전시됐다. 9월 13일까지.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2020-06-26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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