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서류’ 적 사유로 ‘지금, 여기’ 가치 찾기

‘양서류’ 적 사유로 ‘지금, 여기’ 가치 찾기

입력 2010-02-06 00:00
업데이트 2010-02-06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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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에 개정증보판 선보여

꼬박 10년 만에 다시 책을 내놓았다. 변화된 개정증보판을 내놓는 것이 출판계에서 밥먹듯 이뤄지는 일인데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다. 하지만 철학에세이를 표방한 ‘문화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김용석 지음, 푸른숲 펴냄)이 새천년의 첫 10년 한 토막을 보낸 뒤 2010년 2월, 다시 선보이게된 것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새천년이 막 시작되는 2000년 1월, ‘열림과 닫힘’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이 땅의 철학도, 사회과학도, 인문학도들, 심지어 건축, 디자인 분야 연구자들에게 지적(知的) 충격을 던져줬다.

‘피노키오’, ‘미운 오리새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 익히 알려진 동화를 재료로 삼아 칸트와 헤겔은 물론, 19세기 후반 독일 문화철학자 게오르그 짐멜, 오스트리아의 과학철학자 파울 파이어아벤트, 그리고 칼 마르크스 등까지 넘나들며 깊이있는 사유를 선보인다.

저자의 첫 저작이었지만 입소문을 타며 여기 저기 대학의 철학과 강의 교재로 쓰였다. 그러다 어느 순간 절판됐고, ‘지금, 여기’의 학문적 과제에 대한 ‘순결한 책임’을 내세운 저자의 반대로 이 책을 더이상 서점에서 찾기 어렵게 됐다.

김용석 영산대학교 학부대학 교수는 “책으로서 현재적 가치가 살아있어야 재판을 찍고, 개정판을 내는 등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재판을 내는 것을 반대하다가 이번에 동의한 것은 10년 전 책을 통해 내놓았던 전망이 상당히 맞아떨어졌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덕분에 미래 예측적 표현들은 현재 확인적 표현으로 바뀌었다. 또한 재판 책의 서문은 어지간히 얇은 책 분량에 가까울 정도로 두꺼워졌고, 여기에 친절한 주석까지 덧붙여졌다.

서문의 주석이라니…. 김 교수는 일러두기를 통해 “주석의 중요성은 정보의 원천을 함께 공유하는 것”이라면서 “관심이 있으면 주석의 보충 설명을 읽어도 좋고, 본문만 읽고 넘겨도 무리없이 이어지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가 10년을 관통하는 동안 끊임없이 강조하는 것은 ‘양서류적인’ 글쓰기와 ‘양서류적인’ 독서다. 두꺼비나 개구리 등 양서류가 물과 뭍 양쪽을 넘나들 듯 문화담론, 인간론을 갖고 철학·사회과학을 조화롭게 얘기하고 사유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책은 의도적으로 개념의 모호함을 드러낸다. 헤겔이 던진, ‘황혼에 날개를 펼치는 미네르바의 부엉이’로 상징되는 철학자들의 겸손한 천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명에까지 날갯짓을 멈추지 않는 성실함’으로 연결됨을 강조한다. ‘열림과 닫힘’에 대한 통찰이다. 이렇듯 책을 관통하는 개념의 일관성은, 끊임없이 앞 장의 내용을 확인하며 무릎을 치게 만드는 절묘함이 있다.

근대 서구 철학의 기계적인 적용 또는 좌절로 고민하던 이들에게 진정한 ‘지금, 여기’의 가치를 알려주는 철학적 사유, 인문학적·자연과학적 사유를 가능케 한다. 민족에 머무르지 않으며, 무작정 서구에 손 벌리지 않는 ‘우리식 철학’의 맹아가 김용석 교수로부터 시작되고 있다.

함께 출간된 ‘메두사의 시선’(푸른숲 펴냄) 역시 신화와 과학, 철학이 한 뿌리를 갖고 엉켜있음을 보여준다. 1만 7000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2010-02-0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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