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글 통해 18세기 후반 정치사 성찰
[이 개만도 못한 버러지들아] 정약용 지음/노만수 엮어옮김/앨피/404쪽/1만 6800원조선시대의 학자 정약용을 잠시 되돌아본다. 18세기 실학사상을 집대성한 한국 최고의 실학자이자 개혁가다. 실학자로서 그의 사상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개혁과 개방을 통해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주장한 인물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가 한국 최대의 실학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시대의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대한 개혁 방향을 제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있다. 정약용을 떠올리면 오랫동안 겪어야 했던 귀양살이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귀양살이는 그에게 깊은 좌절도 안겨 주었지만 최고의 실학자가 된 바탕이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인내와 성실, 용기로 큰 업적을 이루어 냈다. 불세출의 학자이자 경제가로 유명한 정약용은 그렇게 우리 후세들에게 남아 있다. 위당 정인보는 “다산 선생 한 사람에 대한 연구는 곧 조선사의 연구요, 조선 근세사상의 연구요, 조선 심혼의 명예(明?) 내지 온 조선의 성쇠존멸에 대한 연구”라고 말한 바 있다.
신간 ‘이 개만도 못한 버러지들아’는 조선시대의 불편한 사회 이면을 고발하는 내용이다. 정약용의 사회비판적 논설과 한시, 소설, 편지글 등을 주제별로 엮었다. 18세기 후반의 요동치는 정치사회사 및 다산 개인의 삶과 연결지어 흥미롭게 풀어 쓴 ‘참여작가 다산’ 연구서인 셈이다. 다산의 올곧은 성품과 치열한 사회비판 의식 및 인간적인 매력뿐만 아니라 당시 조선사회가 안고 있던 각종 문제점들과 시대적 한계를 성찰한다. 이 책의 특징은 다산을 지금까지 주목받지 못한 타이틀, 즉 참여파 작가라고 규정한 뒤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는 점이다. 다산을 실학자로 만든 사회 상황, 다산이 실학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당대의 정치환경을 통해 다산을 ‘시대를 아파하고 세속에 분개한’ 깨어 있는 비판적 지식인으로 만들었다는 대목에 방점을 찍고 있다. 부조리한 사회 환경과 그에 대한 예민한 자각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아는 ‘한 시대의 거봉’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200년 전 조선 사회, 그리고 지금의 한국 사회 현실이 결코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눈길이 간다. 귀양지에서의 가르침도 새롭게 다가온다.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2013-10-05 1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