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독식뿐인 거대사회 ‘공정 3법’ 해법을 묻는다

승자독식뿐인 거대사회 ‘공정 3법’ 해법을 묻는다

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입력 2020-10-08 17:22
업데이트 2020-10-09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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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티즘
게르트 노엘스 지음/박홍경 옮김
탬/264쪽/1만 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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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한 바이에른 뮌헨 축구팀 선수들이 우승컵을 치켜들고 기뻐하고 있다. 챔피언스리그는 상위 축구팀에 막대한 상금을 주면서 ‘그들만의 잔치’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간 ‘자이언티즘’은 스포츠를 비롯해 사회 거의 모든 분야에서 거대화를 추구하는 병리 현상을 꼬집는다.  AP 연합뉴스
지난 8월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한 바이에른 뮌헨 축구팀 선수들이 우승컵을 치켜들고 기뻐하고 있다. 챔피언스리그는 상위 축구팀에 막대한 상금을 주면서 ‘그들만의 잔치’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간 ‘자이언티즘’은 스포츠를 비롯해 사회 거의 모든 분야에서 거대화를 추구하는 병리 현상을 꼬집는다.
AP 연합뉴스
챔스리그 상금·대기업 혜택 독점 닮은꼴
금리 인하·세계화 등 ‘경제 거대화’ 부추겨
새로운 경쟁자는 인수합병되거나 짓밟혀
자본주의 병들고 인간 소외… 개인 빈곤화
법인세 인상·반독점법 등 10가지 대안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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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마드리드, FC 바르셀로나, AC 밀란, 파리 생제르맹 FC, FC 바이에른 뮌헨. 매년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으로 거론되는 축구팀이다. 팀에 속한 유명 선수들 이름까지 줄줄 외우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말뫼, 브뤼헤, 글래스고, 포르투 같은 축구팀을 아는 이들은 드물다. 1970~1980년대 유럽축구연맹 네이션스리그 결승전에 올랐던 이 팀들은 1992년 챔피언스리그 시작 이후 서서히 밀려났다. 챔피언스리그는 상위팀에 막대한 상금을 주는데, 축구팀은 이 상금과 인기를 바탕으로 매년 우수한 선수를 영입한다. 경쟁에서 밀린 하위팀은 계속 뒤처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웅장한 정부 관사, 거대한 기업 빌딩, 대규모 학교와 병원 건물, 끝없이 이어지는 항만과 공항. 모두 챔피언이 되려고 기를 쓰고 몸집을 불린다. 벨기에 경제학자 게르트 노엘스는 이런 거대화 추구 병리 현상을 ‘자이언티즘´이라 명명한다.

누군가는 이런 대형화에 무슨 문제가 있느냐 반박한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을 두고 벌어졌던 논란이 좋은 사례다. 대형마트가 지역 주민을 고용하는 효과가 있고, 값싸게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워 옹호한다. 저자는 미국 내 직원만 150만명에 이르는 세계 최대 마트인 월마트가 지역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월마트의 경제적 발자국’이라는 보고서를 들어 반박한다. 월마트가 새로 문을 열 때마다 다수의 독립 점포가 사라졌다. 따져 보니 창출된 일자리보다 사라진 일자리가 더 많았고, 새로 생긴 일자리는 저임금으로 문제가 됐다. 보고서를 작성토록 한 빌 더블라지오 뉴욕 시장은 이를 두고 “월마트는 ‘트로이 목마’였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저자는 이런 거대화를 부추기는 원인으로 금리 인하, 세계화, 정부의 느슨한 규제를 지목한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춰 기업이 돈을 빌리기 쉽도록 하고, 정부는 법인세를 계속 떨어뜨려 지원사격했다. 각국에서 다국적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더 많은 혜택을 제시했다. 만약 대기업이 무너지면 직간접 피해가 크기 때문에 정부는 세금을 들여서라도 이들을 지원해야 한다. 이들은 독과점 효과를 계속 누리기 위해 덩치를 계속 키운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뛰어든 새로운 경쟁자는 인수합병(M&A)으로 사들이거나, 아니면 철저하게 짓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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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 빌딩으로 가득한 미국 뉴욕 맨해튼 스카이라인. AP 연합뉴스
고층 빌딩으로 가득한 미국 뉴욕 맨해튼 스카이라인.
AP 연합뉴스
저자는 겉으로 보이는 성장 뒤엔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실물경제가 나아져 수치가 좋은 게 아니라 수치를 만들고자 억지로 약물을 투입하며 이룩한 기형적 성장이라는 뜻이다. 이런 성장은 공정한 경쟁을 기반으로 하는 자본주의를 병들게 하고, 무엇보다 인간을 소외시킨다고 덧붙인다. 거인은 점점 비대해지고, 개인은 점점 빈곤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있을까. 저자는 “챔피언스리그가 아닌 미국 NBA리그를 보라”고 말한다. NBA는 꼴찌 팀에 신인드래프트 우선권을 줘 특정 팀이 유망 선수를 독점하는 일을 막는다. 공정한 경쟁을 하도록 유도하면서 동시에 다양성을 꾀한다. 저자는 관련해 중앙은행의 개입을 줄이고 허술한 세법을 손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밖에 국제적인 규약을 통한 법인세 인상, 반독점법 강화, 거대 기업의 기업 인수 금지 등 10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을 두고 시끌시끌한 지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20-10-09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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