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위로다] <6>서재진 시인
거리에서 마스크 끼고 입을 맞추는 어른들을 봤다.
생일파티에 가고 싶다. 세상에서 제일 작은 균들을 피해,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 정말 재미있을 텐데. 생일파티가 아니라 위로파티여도 좋겠다. 마스크를 쓰고 너는 창 안에서, 나는 창 밖에서 박수를 쳐줘도 좋겠다. 케이크를 자르고 장갑을 낀 채 접시에 옮겨 담아도 좋겠다.
아기의 몸 속에도 들어갈 만큼의 작은 병균을 해치우기 위해서는 아주 날카로운 주삿바늘이 필요하겠다. 주사를 맞고 우는 아기를 달래기 위해서는 사탕이 필요하겠다.
아기가 운다. 엄마는 아기를 아기라고 부르는 나를 보며 웃었다.
의사 선생님은 마스크와 장갑을 끼고 아기 손에 사탕을 쥐어줬다.
마스크를 끼지 않고도 사탕을 주는 날이 올까요?
사탕을 직접 입에 넣어주는 날도 올까요?
밖에 다녀온 어른들이 꼬박꼬박 손을 씻는 날도 오겠죠?
언제쯤 아기에게 뽀뽀해도 괜찮을까요?
궁금한 게 많아서 머리가 이렇게 무겁냐고
무릎베개를 해주며 엄마가 물었을 때가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병균은 없어.
대답했을 때 엄마는 병균이 있어도 나를 사랑할 거라고 했다.
아기는 누군가 사랑하면 생긴다던데, 그렇다면 바이러스도 누가 사랑해서 생긴 존재일까. 사랑해서 생긴 존재인데 뽀뽀하면 옮는다는 건 이상하다. 세상에 이상한 일이 많아, 사람들이 오늘도 줄서서 춤을 추러 가고 마스크를 내린 채 담배를 피우고 침을 뱉는 걸 봤다. 어쨌든 요즘은 사랑하면 병이 생기는 시대인가보다. 나는 사랑하는 걸 잠깐만 숨기기로 했다.
서재진 시인
1996년 경남 함양 출생. 2017년 제16회 대산대학문학상 ‘극지의 밤’ 외 4편이 당선되면서 등단.
2020-05-13 2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