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에만 기댈 수 없어…탈종교 시대 걷게 된다”

“종교에만 기댈 수 없어…탈종교 시대 걷게 된다”

김성호 기자
입력 2020-05-12 17:20
수정 2020-05-13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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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연구가 9인이 말하는 코로나 이후 한국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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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봉축 및 코로나19 극복과 치유’를 위한 기도회에서 한 신도가 합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기복신앙이 크게 위축되고 탈종교화가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봉축 및 코로나19 극복과 치유’를 위한 기도회에서 한 신도가 합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기복신앙이 크게 위축되고 탈종교화가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 곳곳의 모습이 달라졌다. 특히 종교계는 코로나19의 영향을 크게 받은 분야로 꼽힌다. 한국의 대표적인 종교 연구가들은 코로나 이후 한국종교를 어떻게 진단할까. 대부분 대사회적 신뢰와 위상을 크게 떨어뜨릴 것으로 내다봐 눈길을 끈다.

불교 교계지 법보신문이 불교에 대한 이해가 깊은 종교 연구가 9명을 대상으로 심층 조사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한국의 종교가 감수해야 할 손실과 피해가 상당할 것이란 전망이 대세를 이룬다. 오강남 캐나다 리자이나대학 명예교수는 “코로나19를 물리치는 데 종교에서 신봉하는 초자연적인 힘이 도움을 줄 수 없다는 사실을 실감함에 따라 기복신앙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용표 동국대 불교학부 명예교수도 “인간의 생명과 사회 공동체의 행복보다는 경직된 교리와 교단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일부 종교인의 행태가 실망감을 증폭시키고 있다”며 “종교의 집단 이기성과 기복중심의 종교에 실망한 이들의 탈종교화 현상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윤승용 한국종교문화연구소(한종연) 이사는 “종교와 과학의 경계 구분이 더 가속화될 것이고 이익집단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생활공동체 윤리가 더욱 강조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코로나19 이후 종교계가 추구해야 할 사회적 역할은 무엇일까. 김성순 서울대 종교문제연구소 연구원은 “종교도 사회 안에서 사회와 더불어 작동하는 것이기에 언제나 공공성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종석 금강대 불교인문학부 명예교수도 “각 종교 교단이 지금껏 사회를 포교의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신도들은 사회를 신앙과 분리된 세속이라고 여겼다면 이제는 종교와 사회가 공동의 선을 위해 적극 협조하는 공생관계임을 이번 코로나19가 일깨워주었다”고 정리했다.

민순의 한종연 연구실장은 “코로나19 이후 종교는 인류가 봉착하는 새로운 질문인 공존과 상호보호, 상호번영에 해답을 제시해야 한다”며 “다가올 시대에 그 어느 종교보다도 불교가 활발히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비해 류제동 서강대 종교학과 박사는 “불교계는 제행무상의 가르침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해 세상의 끊임없는 변화에 적극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 주면서 불교가 재난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가르침이라는 점을 부각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표 동국대 명예교수는 “종교의 근본은 자기를 비우는 무아와 타인을 먼저 배려하는 사랑에 있다”며 “교리 경쟁이나 신자수 확장 경쟁보다는 자비를 누가 더 많이 실천하는가 하는 경쟁이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은 성직자의 독선과 배타성을 향해 “스님, 신부, 목사가 ‘나를 따르라’는 식으로 일방적으로 끌고 가려고 하면 실패한다”며 “부처님과 예수님이 빈부귀천을 가리지 않고 찾아가 위로하고 세상을 바르게 보고 바르게 사는 길을 손수 보여 주며 친절하게 알려주었듯 종교계가 사회의 등불이 되고 소금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불교계가 바뀌어야 할 점과 관련해 원영상 원광대 원불교학과 교수는 “불교는 인간의 고통과 대규모 재난에 대해 역사적으로 잘 대응해왔다”며 “그런 경험들을 복기하고 이 시대에 맞게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2020-05-13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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