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주의 담론’ 다룬 서적 2선
한민주 박사 ‘이상한 나라의 과학’
1952년 창간한 ‘소년세계’ 분석
미국 중심 인류발전 내용 집중
이선옥 교수 ‘태권V와 명랑소녀…’
‘여학생’ ‘학원’ 청소년 잡지 연구
신체변형·증강 등 우주과학 다뤄
‘아동의 과학지식 보급과 정서 교육에 이바지하고자’ 발간된 ‘소년세계’. 1950~1970년대 인기를 끌었던 소년·소녀 월간잡지다.
위키피디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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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과학
태권V와 명랑소녀 국민 만들기
한 박사는 1952년 7월 창간해 1978년까지 나온 아동 월간잡지 ‘소년세계’를 대상으로 분석했다. 1960~70년대 한국은 과학이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보고 ‘과학입국’, ‘과학의 대중화’ 목소리를 높였다. 사회적으로는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미스터리하고 불가사의한 일에 관심을 가졌다. 이 때문에 아이들이 보는 잡지에도 세계 7대 불가사의, 풀리지 않는 기적, 세계의 수수께끼, 마의 삼각지대, UFO 등이 과학의 외피를 쓰고 특집으로 자주 다뤄졌다.
한 박사는 이런 유형의 미스터리물은 과학의 권위를 무력화하는 반과학의 특성과 냉전의 공포와 불안을 반영한 당대의 심리적 산물이라고 해석했다. 또 냉전체제에서 적성국이 사용하는 과학기술은 처참한 결과를 가져오지만 선한 나라 ‘미국’을 중심으로 한 나라에서 쓰는 과학은 인류 문명의 발전을 이끌 것이라는 반공 이데올로기가 포함된 내용도 반복적으로 등장해 아동의 정체성 형성에 긴밀하게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잡지 ‘학원’에 실린 ‘우주벌레 오메가호’ 7회 우주복(1967. 12)의 한 컷. 청소년 잡지에 실린 SF소설에는 기계장치나 우주복으로 신체를 강화하는 장면들이 많이 등장한다.
책과함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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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과학 담론의 주요 특징은 신체 변형과 증강으로 나타나는 사이보그적 상상력이라고 이 교수는 분석했다. 이를 통해 소년들은 미래 주역으로 특권화된 새로운 남성성을 갖추고, 소녀들은 감성적인 특성을 버리고 소년성을 갖는 등 남성 중심의 정체성을 가지라고 부추겼다고 해석했다.
이 교수는 “한국 과학기술 패러다임이 형성되는 1960~70년대를 분석함으로써 현재 우리 삶을 구성하는 기술사회 출발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우리 사회의 기술 발전 방향과 속도 파악뿐만 아니라 현재 과학 교양교육이나 대중의 과학이해를 위해서도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밝혔다.
2023-01-17 2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