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엄마를 부탁해’ 주연 차지연 “더 늦기 전에 엄마에게 그만 못되게 굴라는 회초리인 듯…”

뮤지컬 ‘엄마를 부탁해’ 주연 차지연 “더 늦기 전에 엄마에게 그만 못되게 굴라는 회초리인 듯…”

입력 2011-05-06 00:00
업데이트 2011-05-06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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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이어 뮤지컬까지… “두 번의 무대는 운명”

“큰딸인 제게 엄마는 가끔 집착하고 간섭하시곤 했어요. 그럴 때마다 전 왜 그러냐고 대들었죠. 그때마다 엄마는 늘 ‘네가 바로 나 자신이니까’라고 말씀하셨어요.”

뮤지컬 배우 차지연(29). 5일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무대에 오른 뮤지컬 ‘엄마를 부탁해’에서 그녀는 엄마를 잃어버린 큰딸 ‘지연’으로 나온다. 눈물을 주르륵 흘리는 모습이 유난히 관객들의 가슴을 파고든다. 짐작대로 ‘사연’이 있었다. 공연이 끝난 뒤 객석 뒤편에서 그녀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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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엄마를 부탁해’에서 주인공 큰딸 역을 맡은 차지연이 밝게 웃고 있다. 씩씩한 모습과 달리 아픈 개인사를 갖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뮤지컬 ‘엄마를 부탁해’에서 주인공 큰딸 역을 맡은 차지연이 밝게 웃고 있다. 씩씩한 모습과 달리 아픈 개인사를 갖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세상 모든 딸들에게 엄마는 소중한 존재이겠지만 저에게는 특히 그래요. 어릴 때부터 사실상 아빠가 없었거든요. 제 밑으로 여섯 살 터울 여동생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어려서부터 엄마의 아들이자 남편 역할을 해야 했습니다.참 무뚝뚝한 딸이었지요.”

차지연은 고등학교 3학년 때 지방에서 서울 홍대부속여고로 전학 왔다. 아버지 사업이 부도 나 더 이상 부모와 살 형편이 안 됐기 때문이었다. 초등학생 여동생을 데리고 무작정 상경했다. 생활비를 버는 일도, 날마다 동생 도시락을 싸 주는 일도 고스란히 고3 그녀의 몫이었다. 같은 제목의 신경숙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엄마를’에서 일찍부터 여동생을 돌봐야 했던 극 중 큰오빠 형철의 인생과 묘하게 겹친다.

●“친엄마 생각에 너무 많이 울었죠”

“극 중 모녀가 싸우면서 주고받는 대사들은 실제 제가 엄마와 티격태격하는 것과 무척 비슷해요. 엄마한테 소리도 버럭 지르고….”

극 중 2막에서 차지연은 솔로 곡을 부른다. 병원 응급실 앞에서 잃어버린 엄마를 찾다가 엄마에게 소리 지르며 싸웠던 옛날 일을 떠올리며 자책하는 내용이다.

“극의 흐름과 가사가 약간 엇나간다는 느낌이 있어서 연출 선생님께 ‘제가 한번 해보겠다’고 부탁드렸어요. 제 경험을 떠올리며 가사를 수정했습니다. 작업을 하다 보니 내가 엄마한테 아무 생각 없이 내지른 말 때문에 우리 엄마도 극 중 엄마(김성녀)처럼 저렇게 마음이 아팠겠구나 싶어 연습 때 참 많이 울었어요. 하도 많이 울어 공연할 때는 눈물이 안 날 줄 알았는데….”

차지연은 ‘엄마를’과 인연이 많다. 지난해 같은 제목의 연극에도 출연했다. 그때는 막내딸 역이었다.

“함께 공연하는 대선배님들이 그러시는데, 배우와 작품이 만나는 건 운명이래요. 왜 내가 ‘엄마를 부탁해’라는 작품을 두번이나 하게 됐을까 곰곰이 생각해 봤지요. 더 늦기 전에 엄마에게 그만 못되게 굴고 똑바로 살라는 회초리가 아닌가 싶어요.”

어느새 그녀 눈가가 촉촉해졌다. “얼마 전 서점에 갔다가 ‘내가 가장 예뻤을 때’라는 제목의 책을 봤는데 마음 한구석이 쏴 하더라고요. 우리 엄마가 가장 예뻤을 때는 어땠을까 싶어서요. 엄마가 어린 나이에 저를 낳으셨거든요. 살면서 엄마 손을 한번도 잡아 드린 적이 없는 딸인데도 저희 어머니는 ‘다시 태어나면 우리 딸 남자친구로 태어나고 싶다’는 말씀을 입버릇처럼 하세요. 남자친구면 언제나 늘 옆에 같이 있을 수 있잖아요. 아무래도 언젠가는 저를 남겨 두고 먼저 떠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시는 것 같아요.”

●“여자 ‘헤드윅’ 하고 싶어요”

분위기를 바꿀 필요가 있었다. 배우 차지연을 물어봤다. 착 가라앉아 있던 목소리에 갑자기 힘이 넘친다. 2009년 뮤지컬 ‘드림 걸즈’에서 에피 역을 맡아 몸무게를 13㎏ 늘린 일화는 유명하다. 물론 작품이 끝난 뒤 ‘독하게’ 다이어트해 원래 몸매(키 172㎝, 몸무게 50㎏ 중반대)로 돌아왔다. 작품 욕심도 숨김없이 드러냈다.

“솔직히 저는 뮤지컬 ‘헤드윅’을 해보고 싶어요. 남자 성전환자의 이야기지만 여자 ‘헤드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했어요. 여자 버전 ‘쓰릴 미’도 해보고 싶고요. 왜 우리나라에는 여자가 주도하는 작품이 많지 않은지 안타까워요. 한번 틀을 깨 보고 싶습니다.”

흔히 여배우 앞에는 ‘여신’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데 자신은 ‘장군님’으로 불린다며 호탕하게 웃는 차지연. “제가 좀 덩치가 크긴 크죠?”하며 다시 한번 시원한 웃음을 터트리는 그녀는 참 매력적인 여배우였다. 6월 19일까지. 3만~9만원. (02)2230-6600.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2011-05-06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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