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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문이불여일행] 가을을 닮은 드라이플라워 만들기

[백문이불여일행] 가을을 닮은 드라이플라워 만들기

김유민 기자
김유민 기자
입력 2015-10-19 15:34
업데이트 2015-12-1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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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홍으로 완성한 리스.
천일홍으로 완성한 리스.
손재주가 없는 손을 두고 흔히들 ‘곰손’이라고 한다. 원체 곰손인 탓에 핸드메이드(Handmade)의 즐거움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웰메이드(Wellmade)의 것을 사보지만 못내 심심하고 아쉽다. 무엇이든 멋지게 매만지는 ‘금손’ 부럽지 않게 만들 수 있는 것이 없을까 고민하고 있다면 ‘드라이플라워’를 소개해주고 싶다.

드라이플라워(Dry-flower)는 이름그대로 꽃, 꽃받침, 과실, 잎, 줄기 등을 건조해 관상용으로 만든 것을 말한다. 손대면 부스러질 것 같은 꽃잎이 은은하고 무심한 듯 멋스럽다. 빈티지한 색감과 메마른 꽃에서 새어나오는 독특한 생생함도 인상적이다.

탐스럽지만 금새 시들어버리는 생화와 달리 아름다움을 오래도록 감상할 수 있다. 물도 필요없고, 장소나 계절의 제약도 없으니 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다. 꽃 하나만으로도 예쁘지만 엽서나 케이스, 방향제, 캔들에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드라이플라워, 장미는 ‘좋아요’ 백합은 ‘싫어요’

꽃이라고 해서 다 드라이플라워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건조 후에 변형이 없어야 하기 때문에 수분이 적고, 섬유질이 많으며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 이미 활짝 핀 꽃이나 시들어가는 꽃을 사용하면 말린 후에 색이나 형태가 좋지 않고, 잘 떨어지기 때문에 피기 전의 꽃이 좋다.

빨간색이나 흰색 종류는 말리면 검게 변하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원래의 색을 잘 유지하는 분홍색이나 노란색, 보라색 계통의 꽃이 적합하다. 장미, 천일홍, 수국, 라벤더, 안개꽃, 스타티스가 드라이플라워로 만들기 좋은 꽃이다. 백합, 튤립, 카라, 코스모스는 그렇지 않은 꽃으로 분류된다.

꽃은 시들기 전에 말려야 하는데 환기가 잘 되는 곳에 2주 정도 두면 자연스럽게 건조가 된다. 바로 세워 말리면 꽃이 고개를 숙이기 때문에 꽃봉오리가 꺾이지 않도록 거꾸로 말려준다. 수분이 많은 잎은 떼어낸다. 건조시간이 짧을수록 색과 향이 좋다. 화기에 물을 담아 건조시키거나 인조건조제나 용액제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곰손 중에 곰손이지만 손쉽게 만들 수 있다.
곰손 중에 곰손이지만 손쉽게 만들 수 있다.


천일홍으로 만든 드라이플라워 리스

첫 드라이플라워로 천일홍을 추천받았다. ‘천일동안 지지 않는 꽃’이라는 이름처럼 건조 후에도 형태나 색감이 거의 변하지 않고 오래 간다. 꽃 자체에 물기가 거의 없는 탓이다. 꽃말은 변치 않는 사랑. 토끼풀을 닮았고 붉은 꽃 사이에 하얀 꽃이 핀다. 시장에서 한 단을 사서 줄기 부분만 가위로 떼내면 손질이 끝난다.

곰손 중에 곰손이지만 어렵지 않은 과정에 자신감이 붙는다. 준비물은 꽃과 꽃가위, 리스틀, 글루건이 전부다. 리본끈은 취향에 따라 준비하면 된다. ① 손질한 백일홍을 책상 위에 늘어놓고 ② 리스틀 위에 꽃을 하나하나 붙이고 ③ 꽃을 붙인 리스에 리본을 붙이면 완성이다.

꽃 하나하나에 글루건을 쏴 십자 방향으로 큰틀을 잡아 붙이고, 그 다음 빈 공간을 사이사이 채워나가는 식이다. 크지 않은 천일홍이지만 저마다 크기도 색도 다르기 때문에 어우러짐을 생각하면서 붙인다. 보라색 천일홍 옆에는 흰색을 얹고, 크기가 큰 것 옆에는 작은 걸 놓는 식이다. 빼곡하게 빈공간을 메우다보면 두 시간이 훌쩍 흐른다. 같은 재료에 같은 방식으로 만드는 건데도 색의 배합이나 느낌이 제각각이다.

리본은 어쩔 수 없이 옆 사람의 금손을 빌렸지만 직접 만든 리스는 그럴듯하다. 선물받은 꽃을 활용하거나 내 손으로 만든 인테리어 소품을 가지고 싶을 때 딱이다. 비용면에서도 시중에서 파는 리스보다 3만원 정도 저렴하다. 완성도는 떨어질지 몰라도 내 손으로 직접 만들었다는 점에서 만족감은 크다. 빼곡하게 붙은 천일홍이 화사하다. 집 한쪽면에 걸어두었을 뿐인데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만든지 2주가 흘렀지만 생기로움이 여전해 볼 때마다 기분이 밝아진다.

집안에 걸어두니 볼때마다 마음까지 밝아지는 기분이다.
집안에 걸어두니 볼때마다 마음까지 밝아지는 기분이다.
백문이불여일행(百聞不如一行). 백번 듣고 보는 것보다 한번이라도 실제로 해보는 것, 느끼는 것이 낫다는 말이 있다. ‘보고 듣는 것’ 말고 ‘해 보고’ 쓰고 싶어서 시작된 글. 일주일이란 시간동안 무엇을 해보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나누고 이야기하고 싶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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