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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추적] 지주사, 신뢰·지배력 높지만 사업 확대 제약

[이슈 추적] 지주사, 신뢰·지배력 높지만 사업 확대 제약

김헌주 기자
김헌주 기자
입력 2017-03-26 20:48
업데이트 2017-03-26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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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개편 (중) 지주사 전환, 특과 실

지난 24일 삼성전자 주주총회가 끝난 뒤 회사 측에 문의 전화가 쏟아졌다. 이날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주사 전환이 당장은 어렵다”고 밝히면서다. 문제는 권 부회장이 이유로 내건 ‘지주사 전환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측도 “지금으로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재계는 지주사로 전환하려는 목적이 자칫 왜곡될 수 있고, 금융 계열사 보유 금지 등으로 인해 지주사 전환 이익보다 불이익이 크다는 판단을 내린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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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지주사 전환 부정적 영향 안 밝혀

26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10대 그룹 중 순환출자 고리를 끊지 못한 곳은 삼성, 현대차, 롯데, 현대중공업 등이다. 이 중 현대중공업은 다음달 사업부 분할 및 지주사 설립으로 순환출자를 해소한다는 계획이라 사실상 순환출자에 의지하는 곳은 세 곳으로 압축된다. 순환출자는 ‘A기업→B기업→C기업→A기업’으로 이어지는 기업 지배구조다. A기업 지분을 가진 오너가 B, C기업 지분을 보유하지 않더라도 간접적으로 지배하는 게 가능해진다.

롯데는 ‘롯데쇼핑→대홍기획→롯데정보통신→롯데쇼핑’ 등 순환출자 고리가 50개(지분 1% 이상 기준)에 달한다. 다만 롯데는 이러한 복잡한 구조를 바꾸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에 시장의 관심은 국내 1, 2위 그룹인 삼성과 현대차로 쏠린다. 삼성은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를 비롯, 총 7개의 순환출자 고리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러한 장치를 통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0여곳에 달하는 삼성 계열사를 지배한다. 현대차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의 순환출자 외 3개의 순환출자가 더 존재한다.

현재 공정거래법상 신규 순환출자는 금지돼 있다. 기존 순환출자를 3년 내에 해소하지 못하면 신규 순환출자 금지 위반과 동일한 시정 조치를 내린다는 법안도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순환출자 의존에 한계를 느낀 기업들로서는 지주사 전환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셈이다.

1999년 도입된 국내 지주사 제도는 단순, 투명한 출자 구조로 대외 신뢰도를 높이고, 오너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그러나 지배력이 한쪽에 과도하게 집중된다는 폐단 때문에 공정위는 여러 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다.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이 대표적이다. 요건도 까다롭다. 지주사는 ‘부채비율 200% 룰’을 준수해야 하고, 자회사 주식가액이 총자산의 50%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두산은 2009년 지주사로 전환했지만 2014년 총자산의 50% 이상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2015년부터 지주사에서 제외됐다.

●순환출자·자사주 의결권 금지 탓 어려워

또 승계를 앞둔 삼성, 현대차가 지주사 전환을 서두르면 지배구조 투명성보다는 승계를 위한 사전 단계로 비칠 수 있는 점도 우려하는 대목 중 하나다.

자사주 의결권 부활을 막는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지주사 전환 시 신설법인(사업회사)의 자사주를 활용하지 못해 적대적 인수합병(M&A) 공격에 취약해질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지주사는 사업 회사보다 시가총액이 상대적으로 낮아 외부 세력이 지분 싸움에 나서면 당해 내기가 어렵다”면서 “승계 ‘꼼수’를 막는다는 취지로 접근했다가 국내 기업을 해외에 내주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2017-03-27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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