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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세상, 예술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기울어진 세상, 예술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함혜리 기자
입력 2017-04-12 22:36
업데이트 2017-04-13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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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달 13일 열리는 57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주제 ‘카운터 밸런스:돌과 산’

오는 5월 13일 공식 개막하는 제57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미술전의 한국관 전시는 ‘카운터밸런스: 돌과 산’(Counterbalance: The Stone and the Mountain)을 주제로 열린다. 이번 비엔날레 한국관의 이대형 예술감독은 12일 “세상을 바라봤을 때 많이 기울어져 있다.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불균형의 문제가 한 개인을 넘어 한국, 그리고 아시아의 정체성 문제에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살필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는 5월 13일 공식 개막하는 제57회 베니스비엔날레 미술전의 한국관 작품 설치 장면. 카지노 캐피털리즘을 비판하는 코디 최의 작품 ‘베니치아 랩소디’를 한국관 외부에 설치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오는 5월 13일 공식 개막하는 제57회 베니스비엔날레 미술전의 한국관 작품 설치 장면. 카지노 캐피털리즘을 비판하는 코디 최의 작품 ‘베니치아 랩소디’를 한국관 외부에 설치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그러나 총예산이 10여억원 정도 소요되는 전시의 개막 한 달여를 앞두고 4억 6000만원의 정부예산을 보완해 줄 기업 협찬이 최순실 사태 여파로 전무한 상황이라 전시가 원만하게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구나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장기 공석인데다 이번 비에날레부터 커미셔너를 맡겠다고 나섰던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펀딩 부진을 해결할 의지가 없어 전시 파행이 우려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전시는 주제를 중심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지 않고 두 명의 작가가 각자 연관성 없는 거대 담론을 내세우고 있어 방만한 느낌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감독은 “한국관 전시를 준비하면서 국내외 신문과 뉴스를 집중 분석한 결과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만들어진 보이지 않는 장벽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배척하고 증오하는 현실 속에서 예술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질문을 던지게 됐다”며 “‘돌과 산’이라는 부제를 붙여 인간에 대한 배려가 빠져 버린 21세기의 폭력성을 역설적으로 지적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오는 5월 13일 공식 개막하는 제57회 베니스비엔날레 미술전의 한국관 작품 설치 장면. 670명의 개인을 상징하는 시계를 설치한 이완 작가의 작품 ‘고유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오는 5월 13일 공식 개막하는 제57회 베니스비엔날레 미술전의 한국관 작품 설치 장면. 670명의 개인을 상징하는 시계를 설치한 이완 작가의 작품 ‘고유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오는 5월 13일 공식 개막하는 제57회 베니스비엔날레 미술전의 한국관 작품 설치 장면. ‘미스터 K 그리고 한국사 수집’ 중 여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오는 5월 13일 공식 개막하는 제57회 베니스비엔날레 미술전의 한국관 작품 설치 장면. ‘미스터 K 그리고 한국사 수집’ 중 여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한국관 전시에는 아시아의 모더니즘을 주제로 작업해 온 작가 이완과 동서양의 경계에서 서구문화의 가치를 냉소적으로 비판하는 작가 코디 최 외에 ‘미스터 K’라는 가상의 인물이 참여한다. ‘미스터 K’는 이완 작가가 황학동에서 발견한 사물함 속에 있던 사진 속의 실존 인물로 이번 전시에서 한국관의 개념을 드러내는 또 한 명의 작가이자 이완 작가의 동명 작품이기도 한다. 미스터K는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8·15 해방과 6·25 전쟁, 한강의 기적, 군사독재, 1997년 금융위기까지 체험한 익명의 한국인을 상징한다. 1961년생인 코디 최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이민을 가며 서구문화와 직접 충돌한 아버지 세대를 대표한다. 1979년 태어난 이완은 모든 문화를 동등하게 바라보는 아들 세대를 상징한다. 전시는 미스터 K-코디 최-이완으로 이어지는 3세대 사이의 다각적인 함수관계를 설정해 세계적 맥락 속에서의 한국과 한국인이라는 정체성, 그 정체성의 정치학에 관한 이야기를 보여 준다는 계획이다.

코디 최 작가는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를 결합한 네온 설치조각 ‘베네치아 랩소디’를 비롯한 10점의 작품들로 카지노 캐피털리즘과 비엔날레 제도 자체를 비판한다. 이완 작가는 전 세계 1200명을 인터뷰한 자료를 기반으로 670명을 선정해 각 개인을 상징하는 670개의 시계로 구성된 ‘고유시’를 선보인다. 이와 함께 미스터 K의 삶을 담은 사진 1342장으로 구성된 ‘미스터 K 그리고 한국사 수집’도 소개한다. 올해 베니스비엔날레는 프랑스의 크리스틴 마셀 총감독의 지휘 아래 ‘비바 아르테 비바’(예술 만세)를 주제로 베니스 현지 카스텔로 공원 및 아르세날레 전시장에서 11월 26일까지 열린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2017-04-13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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