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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권이 적폐?”…문화계 대선후보 지지선언 ‘뜨거운 감자’(종합)

“전인권이 적폐?”…문화계 대선후보 지지선언 ‘뜨거운 감자’(종합)

입력 2017-04-20 14:31
업데이트 2017-04-20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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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대철 “소신대로 지지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문화계 인사들이 어떤 후보를 지지하느냐도 관심이다.

어떤 이들은 대선후보의 공식 행사자리에 직접 나와 지지 의사를 밝히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입장을 드러낸다.

유명인들의 이런 행보는 정치권은 물론이고, 대중의 관심을 받는다.

공직자가 아닌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지만, 때로는 문제도 불거진다. ‘표현의 자유’를 행사했을 뿐인데 공격과 비난의 화살을 받거나 ‘정치적 탄압’ 논란이 인다.

문화계 인사들의 정치적 표현을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아직 성숙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 공연 홍보하다 홍역 치른 전인권

가수 전인권이 지난 이틀 난데없이 정치권 한가운데로 소환됐다.

코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그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는 게 다른 후보 진영에서 ‘문제’가 됐다.

5월 공연을 앞두고 지난 18일 가진 간담회에서 노래 이야기를 하다가 자유롭게 자신의 의사를 잠깐 밝혔던 전인권은 졸지에 “적폐 가수”라는 오명까지 뒤집어 써야했다.

불과 얼마 전 광화문 광장에 나와 ‘촛불시위’에서 노래했던 그가 하루아침에 촛불시위 지지 세력들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았고, 이를 정치권이 놓치지 않았다.

비난에 맞비난, 어부지리와 무임승차 등 정치권의 갖가지 셈법이 바쁘게 오가는 가운데, 환갑이 넘도록 평생 노래만 해온 가수가 하루아침에 ‘정치의 아이콘’이 돼 버리는 촌극이 펼쳐졌다.

◇ 방송 출연 잣대 고무줄 논란도

대선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는 이유로 방송 출연이 무산되는 경우도 생겼다.

요리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는 지난 1월 KBS 1TV ‘아침마당’ 목요특강 코너에 출연을 섭외 받았지만 무산됐다는 소식을 전하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지지했기 때문이라고 자신의 SNS를 통해 주장했다.

이에 KBS는 ‘제작 가이드라인’까지 언급하며 대선을 앞두고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여야 관련 인물 동일하게 적용되는 기준이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황씨는 지난 2012년 대선 때 KBS ‘전국노래자랑’ 진행자였던 송해가 박근혜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으나 방송을 계속했다고 주장했고, 일부 언론에서는 이번 대선 레이스에서 안희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했던 홍석천이 KBS ‘이웃집 찰스’에 출연하고 있는 것을 문제 삼는 등 방송 출연 잣대가 고무줄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 ‘블랙리스트’에 놀란 문화계, 몸 사리기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구속으로 이끈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놀란 문화계가 이번 대선에서는 몸을 사린다는 관전평도 나온다.

예년에 비해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문화계 인사들의 숫자가 적고, 이른바 ‘스타급’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지지자 명단’에 오른 일부 인사 중에는 “나는 지지를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는 경우도 생겼다.

대선 후보 공개 지지자 중에는 ‘태양의 후예’의 김은숙 작가와 소설가 공지영, ‘미생’의 윤태호 작가, 영화감독 임순례와 장항준, 가수 이은미와 신대철 정도가 ‘핫’한 인물이다.

그중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를 지지한 신대철은 문화예술정책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문 후보의 문화정책 기조가 ‘창작인 우선주의’여서 100% 공감했다”며 “지난 3년간 (바른음원협동조합을 이끌며) 저작권법의 문제 등 음악 산업에 대한 목소리를 냈는데 법률이 바뀌지 않으면 개선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더라. 다음 정부에선 그 개선안을 마련해주고 좋은 결과를 내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과거 선거에서 수많은 유명 배우와 가수들이 대선 후보 지지선언을 하고 유세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던 것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마돈나, 스칼릿 조핸슨, 애슐리 저드, 메릴 스트리프, 알렉 볼드윈, 로버트 드니로, 샤이아 라보프 등 대형 스타들이 미국 대선에서 거침없이 정치적 의견을 밝혔던 것과 비교하면 우리의 현실은 더욱 초라(?)해진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은 20일 “연예인의 정치적 입장 표명에 대해 미국은 자연스러운 편이지만, 우리는 스타성이 강한 유명인이 공개적으로 자기 정치적 입장을 표명한 사례는 거의 없다”며 “이는 정치와 엔터테인먼트 분야는 별개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연예인들뿐만 아니라 수용자들이 이를 꺼리는 경향이 강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전에는 민주화가 덜 된 데다, 정치적 입장 표명이 사익을 추구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서 자제한 측면도 있다”며 “하지만 이제는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성숙해진 상황에서 유명인이 정치적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필요한 과정일 수 있고, 개인들이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자유롭게 밝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대철도 “(안철수 후보를 지지한) 전인권 선배는 나도 친하고 내가 좋아하는 분”이라며 “우리 삶 자체가 정치의 연장선에 있으니 자기 소신대로 누군가를 지지하고 선택하는 건 지금까지 못해왔을 뿐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새롭게 눈을 뜨게 됐고 연예인이나 예술가들 중에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SNS 등에 말씀하시는 분들이 생겨났다. 세상이 이제 좀 바뀌었으면 하는 열망이 표현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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